결산보고서에 공기업 민영화 정책 '재'검토 삽입여부 논쟁
野 "포기해라" vs 정부 "정책 방향성 그대로"
국회 결산심사 과정에서 인천공항 지분매각 문제 등을 포함한 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야권 의원들 사이에 언쟁이 붙었다.
야당 의원들은 최종 결산보고서에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으나, 정부는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재검토'란 표현에 반대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은 예산결산소위 심사보고서와 관련 "보고서에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검토하겠다는 문구가 있는데, 이는 현재 정책방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의미와 같다. '재검토'로 문맥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APEC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러시아에 있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대신해 재정위 결산회의에 참석한 신제윤 1차관은 "공기업 민영화 부분을 재검토하라는 문구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낼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설훈 의원은 "(정부가) 재검토를 못하겠다는 것은 결국 인천공항 지분매각 등 주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미인데, 정권이 불과 몇 달 남은 상황에서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반대여론과 야당의 입장은 상관이 없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현 시점에서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재검토란 문구를 넣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다툴 필요가 없다"고 문구 수정을 거듭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신 차관은 "주어진 여건에서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최대한 추진하겠다. 재검토란 문구를 넣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신 차관은 특히 "민영화는 민간에 경영권을 넘기는 의미이고, 지분매각은 정부가 운영권을 가지고 민간에 일정 지분을 파는 것으로 의미가 다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민영화일수도 있고 지분매각일 수도 있다"며 기업은행·산업은행 문제와 인천공항 지분매각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김현미 의원은 중재안을 꺼내들었다. 재검토란 표현이 부담스럽다면 '(재)검토'라는 문구라도 집어넣자고 건의한 것.
김 의원은 "정부가 기업은행, 산업은행, 인천공항 등 주요 공기업에 대한 지분매각이나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해도 국회에서 통과 못하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재)라는 표현이라도 넣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이에 재정위 여·야 간사와 신 차관은 추가 협의에 들어갔고, 결국 보고서에는 '인천공항 지분매각을 비롯한 공기업의 지분매각과 민영화 문제를 검토(재검토도 포함)한다'라는 문구로 최종 결정됐다.
비록 합의안이 나왔지만 결정자체가 마뜩치 않았던 신 차관은 "현재로써는 공기업 지분매각, 민영화에 대한 정책방향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란 점을 속기록에 분명히 남기고 싶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