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상장회사의 경영난이 심각한 가운데, 대주주나 경영진이 악재성(性) 정보를 공시하기 전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상장회사 임직원이 일반 투자자에게 중요한 미공개 정보를 알린 뒤 손실을 회피하도록 하는 일도 적지 않아 내부통제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최근 3년 동안 이러한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이 147건 발생했다. 이중 악재성 정보가 악용된 사례는 절반을 넘는 92건(62.6%) 적발됐다.
이렇게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범법자들이 회피한 손실은 적게는 1억3100만원에서 최대 13억4600만원에 달했다.
악재성 정보를 이용한 해당 기업 내부자는 103명으로 전체의 63.6%를 차지했다. 이중 대주주는 34명, 대표이사 등 경영진은 49명, 직원은 20명으로 나타났다.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은 뒤 주식을 매도한 일반 투자자도 46명(28.4%)에 달했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악재성 정보 이용 건수를 살펴보면 2010년 12건, 지난해 16건, 올해 23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호재성 정보를 이용한 건수는 55건(37.4%) 발생해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본 총액을 줄인 감자(減資) 정보 이용 건수는 최근 3년 동안 24건 적발돼 가장 많았다. 또 감사의견 거절이나 경영실적 악화 등의 정보도 15건씩 이용됐다.
이밖에 부도 등의 유동성 위기나 경영진의 횡령사건, 자본잠식 등 정보가 이용됐다.
한편, 이러한 악재성 정보가 공개된 뒤 6개월 안에 상장폐지 된 곳은 28개(35.4%)로 집계됐으며, 2년 안에 상장폐지 된 곳은 46개(58.2%)로 절반을 넘었다. 상당수 정보는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금감원은 악재성 정보를 이용한 162명 중 148명(91.4%)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하는 등 엄중 조치를 취했다.
임병순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 조사총괄팀부국장은 "최근 들어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악재성 정보의 이용이 늘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가 상장회사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아 투자하는 것도 범죄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유의해 달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