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첫 정기국회에서 기획재정부 양대 축인 예산실과 세제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예산실은 정치권 대립으로 비로소 어제 계수조정 소위구성이 합의돼 세부논의 첫 단추를 끼우고 있는 반면, 세제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협의를 이어가 개별 법안에 대한 합의점을 속속 찾아가고 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심사대상 140여개 법안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과정을 마친 상황이며, 소득, 법인세 증세문제 등 일부 쟁점법안 등에 대한 최종협의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비록 정치권 대립이 새 대통령 예산문제 등에 따라 주로 예산파트에서 불거진 것도 이유지만, 올해 세법개정안 합의점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세제실 직원들의 '공로'가 숨겨져 있다.
여야 의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법안심사 작업에 매진, 매번 조세소위가 끝난 이후 어김없이 과천 청사로 복귀해 후속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벽 1~2시는 기본이고 밤을 지새우는 일도 예삿일인 만큼, 세법개정안 협의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는 부임 이후 올해 2번째로 세법개정안 정비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백운찬 세제실장이 있다.
세제실장은 소득, 법인, 부가세 등 내국세는 물론 관세까지 두꺼운 세법전의 모든 내용을 파악해야 가능한 어려운 위치다. 개별세법을 담당하는 과장, 사무관 등 실무진들보다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백 실장은 "작년보다 올해가 (심사 과정이)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보통 선거를 앞둔 상황에선 정부안이 평년보다 훨씬 많이 '가위질' 당하기 마련인데, 특히 올해에는 복지확대에 따른 증세논의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백 실장은 소위 논의과정에서 종종 논리와 사실보다는 정치문제가 부각되고 의도하지 않게 법안이 정리될 때가 가장 아쉽다고 전했다.
세법개정안을 통해 발표한 개정안들이 사실상 세제실의 1년 농사 결과물이자, 각계 의견을 반영한 법안인 만큼, 논의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대폭 수정되면 상당히 서운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작년 세법개정안 사전브리핑 자리에서 직원들이 준비한 150여개 세법개정안을 기자들에게 모두 설명하려다가 적잖은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만큼 세법개정안 하나하나에 애정이 크다.
올해라고 다르지 않다. 국회에 제출된 모든 정부안이 그에게는 보물이나 마찬가지다. 가족처럼 여기는 세제실 직원들의 땀이 베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백 실장에게 어쩌면 마지막 세법개정안이 될 작업과정에서 느끼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30년 이상 세제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백전노장'의 투혼이 대선을 앞둔 19대 첫 정기국회 막바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