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저녁 7시 40분 유민영 대변인의 브리핑에서였다.
유 대변인은 이날 낮에 있었던 특사 회동과 관련 "여론조사 방식의 차이를 좁힐 수 없어 물리적으로 여론조사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남은 것은 두 후보 간 대화와 협의"라면서 "8시 20분 경 안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까지만해도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마지막 담판을 제안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단일화 방안과 여론조사 문구를 두고 안 후보 측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과 벌인 신경전으로 상당수 국민들은 '단일화 피로감'을 느껴왔고, 안 후보에 대한 '승부사'로서의 이미지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안 후보는 매우 여유있는 모습으로 기자실에 들어섰다.
강단 위에 선 안 후보는 기자들을 5초간 둘러보며 잠깐 소회에 젖는 듯 했다.
안 후보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라는 회견문을 읽어나가자 순간 회견장은 얼어붙었다.
또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는 감정이 복받친듯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단일화 방식은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더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 걸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말씀 드린 적 있다"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서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후보지 사퇴를 표명하자 안 후보의 지지자 몇몇은 "안됩니다"라고 소리쳤다. 캠프 관계자들은 울먹이기도 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캠프 유민영 대변인, 허영 비서팀장, 조광희 비서실장 등과 포옹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어 울먹이는 자원봉사자들과 10여분간 인사를 나눈 뒤 차를 타고 캠프를 떠났다.
"내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다"면서 "선거과정에서부터 정치개혁을 실천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면서 지난 9월 19일 출마 선언을 한지 65일, 대통령 선거를 26일 남겨둔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