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자동차의 영업사원들은 오늘도 ‘팔아라 팔지 못하면 죽어라’는 란체스터 판매전략에 나오는 글귀를 외치며 영업소 문을 나설 것이다. 살인적인 경쟁의 늪을 하루하루 헤치며 생존해야 하는 영업사원들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죽을 맛이다.
마릴린 먼로의 남편이자 작가인 아더 밀러가 1947년에 발표한 세일즈맨의 죽음은 1930년대의 대공황 시대를 그리고 있다. 실적부진으로 궁지에 몰려 해고되기 전 갈등을 빚던 아들이 보험금을 타게 해주려고 자동차 사고를 일으켜 자살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깊은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영업사원에겐 애환이 있다. 영업사원들은 매일 집을 나설 때 쓸개를 집에 빼두고 출근한단다. 갑과 을의 처지가 확연하고 구매자의 횡포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영업하기가 더 어렵다.
보험설계사들이 빌딩의 꼭대기에서 1층까지 훑어내려오며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속칭 ‘빌딩타기’를 하다 경비원에게 들켜 망신을 당하는 것은 예사다. 이젠 대부분의 건물에 출입제한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남대문, 동대문 시장에 새벽같이 출근하여 시장상인들의 온갖 심부름을 도와주기도 하고 판로개척을 돕기도 한다. 때로는 중매를 서는 것도 마다 않는다.
운이 나쁘면 사나운 고객을 만나 민원을 제기한다고 협박당하는 바람에 자기 돈으로 물어주는 일도 생긴다. 이렇게 살아가는 보험설계사가 지금도 45만명이 넘는다.
어렵게 영업하다 보면 때론 우연찮게 좋은 일도 생긴다.
TV영업사원인 길동이와 영남이가 강원도 속초로 출장을 가다가 폭설을 만났다. 언덕 꼭대기에 불빛이 있어 가보니 멋진 별장이었다. 여주인에게 자초자종을 설명하고 신세를 지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TV를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눈이 그쳐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출장길을 재촉했다.
약 9개월 후 길동이에게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받자마자 영남이한테 물어보았다.
“영남아, 그전에 속초로 출장가다 근사한 별장에서 잔 것 기억나?”
“그럼, 당근이지.”
“그런데, 너 사실대로 애기해 봐. 그날 저녁 네 방에서 빠져나와 그 여주인 방으로 갔었어?”
“그, 그래. 갔었다. 그런데 그걸 왜 물어?” 영남이가 놀란 토끼눈을 하고서 대답했다.
길동이가 물었다.
“너 혹시 그 여자에게 내 이름을 댔냐?”
영남이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실 그랬어. 너는 미혼이고 맨날 다른 여자와 즐기잖아. 나는 결혼한 몸이고... 그래서 네 이름 대는 게 안전할 것 같았어.”
길동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별장 여주인이 죽었나봐. 그런데 죽으면서 그날 밤 황홀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며 나한테 그 별장과 벤츠 그리고 은행예금 15억원을 상속한다고 했대”
미국도 영업사원들의 저돌적인 영업으로 유명하다.
한 진공청소기 영업사원이 허락도 받지 않고 다짜고짜 어느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 거실에 말똥을 뿌려댔다.
그러고선 “할머니, 만약 이 진공청소기가 이 말똥들을 제대로 빨아 들이지 못하면 제가 그것들을 다 먹어 치우겠습니다”라며 진공청소기의 성능을 자랑했다.
꼭지가 돌아버린 할머니 왈 “젊은 양반, 그 진공청소기 살 돈이 있으면 전기료를 낼수 있어 전기가 끊어지지 않았을 것이우. 자 그럼, 스푼드릴까? 아니면 포크와 나이프?”
요즘 보험업계의 영업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4인 가족으로 가정하면 약 181만명이 보험영업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노인이나 건강이 나쁜 사람까지도 보험을 들 수 있는 상품이 많이 나오거나 100만원으로 몇 년째 묶여 있는 보장성 보험의 소득공제 한도를 늘려줘서 보험을 더 들 수 있도록 해서 보험영업맨들에게 따듯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