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저축액 중 62.8%가 기업저축
기업 저축률 증가…재정부 "경제성장 따른 자연현상"
우리나라가 70~80년대 산업화 이후 고도화 과정을 겪으면서 국가 총저축률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업저축률은 늘어난 반면, 개인저축률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생계비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지출금이 늘어나면서 개별가구 저축여력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5일 발표한 '최근 저축률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88년 40.4%였던 총저축률은 지난해 31.7%로 8.7%p 하락했다. 이 기간 18.7%였던 개인저축률은 4.3%로 무려 14.4%p나 떨어진 반면 기업저축률은 14.8%에서 19.9%로 5.1%p 상승했다.
재정부는 우선 국가 전체적인 저축률 하락이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진단했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투자여력 확보를 위해 높은 저축률이 필요했으나, 경제가 성숙해지고 내수중심의 성장시기로 경제체질이 바뀐 시점에는 예전보다 저축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저축은 경제의 양날의 칼 같은 성격이 있어 경제 여건에 따라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숙한 경제에서 저축률이 높은 경우 소비둔화로 오히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전체적인 총저축률 하락은 이처럼 국내 경제구조 변화와도 맥이 닿아있다는 평가다.
다만 재정부는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대비 저축률이 과거 주요국들 사례와 견줘볼 때,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일례로 지난 1991~2004년 국민소득 2만 달러 대였던 일본의 저축률은 이 기간 25.5%~34.3% 정도를 나타냈고, 같은 기간 독일의 저축률도 19.8%~22.8%를 기록했다.
또한 영국(15.0~17.9%), 이탈리아(19.7%~22.6%), 미국(14.0%~16.8%), 캐나다(14.5%~24.2%), 호주(21.0%~22.0%) 등도 과거 국민소득 2만 달러대 저축률이 현재 우리나라(31.7%)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보고서는 "1인당 국민소득(GNI) 1~3만 달러 수준 국가 중 산유국과 일부 소규모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총저축률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저축-투자갭, 적정 저축률 수준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경제여건과 괴리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가 총저축률이 낮아지는 동안 개인저축률은 동반 감소한 반면, 기업저축률은 오히려 늘었다.
보고서는 "2000년 기업 저축률이 개인 저축률보다 높아진 뒤, 격차가 확대되면서 기업 저축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 기업 저축률은 19.9%로 국가 총저축률(31.7%)의 62.8%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기업 저축비중 증가는 세계적 현상이며, 우리나라도 IT 등 자본집약 산업구조로 전환되면서 이자비용 감소 등으로 기업 저축률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산업화 시절 국가 저축률을 이끌어갔던 개인 저축률은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80년대 17%대에 육박했던 가계 저축률은 90년대 11.9%, 2000년대 5.9%로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지난해 기준 4.3%까지 하락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가계소득 증가세 둔화, 생계비 지출증가로 저축여력이 감소했고 특히 금리 하락, 신용카드 사용으로 가계 차입여건이 개선되면서 저축동기가 약화됐다"며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시스템이 본격화되면서 기여금이 증가한 것도 저축률 하락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같은 기간 정부 저축률은 사회보장기여금 확대로 소폭(1988년 7%→2011년 7.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정부는 이 같은 '낮은 개인 저축률, 높은 기업 저축률' 구조가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저축 주체인 개인부문의 저축률 하락은 장기적으로 총저축률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전반의 투자여력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며 "낮은 개인 저축률은 가계 금융자산 축소, 부채 증가로 이어져 가계의 위기 대응능력을 약화시키고 경기변동성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저축률 상승으로 투자 여력이 높아지는 기업들이 투자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야한다"며 "기업저축이 투자로 연계될 수 있도록 규제 개선, 투자 인센티브 등 기업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