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통화하느라 전방 주시를 소홀하며 교차로를 진행하던 중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온 차와 충돌하였다면 전화통화를 한 운전자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A씨는 광주시 남구에 있는 교차로를 교통신호에 따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로 달려드는 차와 충돌했다. A씨는 이 사고로 B씨의 차를 들이받아 승용차에 타고있던 B씨와 B씨의 배우자가 사망했다. 자녀는 왼쪽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여기서 문제를 삼은 것은 A씨가 교차로 진입 시 휴대폰 통화를 하느라 전방 주시를 소홀한 부분이었다.
B씨가 가입한 손해보험회사는 약관에 따라 B씨와 B씨의 사망 시 수익자에게 각각 1억 9000만원과 2억 200만원의 보험금을, 자녀에게는 77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B씨측 손해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한 뒤 A씨와 A씨가 가입한 손해보험회사가 연대하여 보험금을 배상해 줄 것을 요구했다. A씨가 전방주시의무를 위반한 것과 B씨가 신호를 위반한 과실이 동시에 경합하여 발생했기 때문에 A씨측이 그 만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A씨측은 이 사고가 신호를 위반한 채 차량을 운전하여 교차로를 진행한 B씨의 일방적인 과실로 발생했다고 항변하였다.
이 사건을 접수한 분쟁조정위원회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설사 A씨가 휴대전화를 하면서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 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통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교차로를 진입했다면 면책이 된다는 것이었다. 신호를 준수하고 교차로를 진입한 차량의 경우 신호를 무시하면서 자신의 차를 가로질러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교차로를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경우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운전자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충분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다른 차량이 있다거나 진행신호에서 정지신호로 바뀐 직후 진입하여 계속 진행하고 있는 차량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