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를 꽂아둔 채 주차관리인에게 주차를 맡긴 승용차를 절도범이 훔친 뒤 사고를 냈다면 보험처리는 어떻게 될까? 절도범으로부터 승용차를 빌린 자가 사고를 낸 뒤 차량주인과 보험사에게 보험금으로 치료비를 물어달라고 청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시 서초구의 종합병원 의사인 A씨는 주차타워 앞에 차를 세운 후 열쇠를 꽂아 놓고 자동차 문을 잠그지 않은 상태에서 주차관리요원에게 주차를 맡기고 병원으로 들어가 업무를 보았다.
때마침 차량절도전과자가 그곳을 지나면서 이 광경을 목격했다. 절도범은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다. A씨는 주차관리원으로부터 도난 사실을 전달받고 사고발생 약 30분 후인 8시 30분에 경찰서에 도난신고를 했다.
절도범은 차를 몰고 다니다 지인에게 차를 빌려주었다. 지인은 도난 다음날 9시 45분경 경기도 남양주시 부근 도로를 달리다가 운전 미숙으로 길가의 바위와 전신주를 들이받아 동승자와 함께 중상을 입었다.
이들 중상자는 A씨와 A씨가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으로 보상해 줄 것을 요구했다. A씨가 주차관리원에게 사고차량을 맡긴 것은 외부의 식당 등의 주차관리원에게 자동차를 건네는 것과는 달리 A씨의 주차 보조인에게 차량을 맡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차관리원이 차량관리상 과실을 저지른 것은 곧 A씨 자신의 과실로 볼 수 있으므로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A씨와 A씨의 보험사는 절도범이 차량을 가로채기 전에 적법하게 사고차량 관리를 인계한 이상 차량보관상의 관리책임은 주차관리업체에 있다고 맞섰다. 또한 절도범이 차량을 훔친 뒤 지인에게 빌려주어 지인이 운전하다 발생한 사고이므로 A씨의 운행지배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접수한 분쟁조정위원회는 민법상 A씨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폈다. 주차장에 울타리는 없었으나 주차구획이 설정되어 있고 병원측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주차관리회사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 의사가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경우 직원이 차량을 인계받아 차량을 운전하여 주차구역에 주차했으며 A씨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주차했다.
위원회는 A씨가 사고차량에 키를 꽂아 놓은 채 차량을 이탈했다는 사정만으로 A씨에게 교통사고가 발생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주차관리요원들이 해당 병원의 고용의사인 A씨의 이행보조자라거나 양자사이에 지휘·감독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사고차량의 도난을 알고 난 후 즉시 도난신고를 하였고 차량절취 후 만 하루가 지난 후 사고가 발생한 점으로 볼 때 도난 차량의 운전을 방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A씨의 보험으로 보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료 할증 등의 불이익을 면할 수 있었다. 이같은 결론이 났다고 하더라도 자동차를 주차관리원에게 맡길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음식점에서 자동차의 키를 맡길 때에는 도둑이 종업원으로 가장하여 자동차를 절취할 수 있으므로 번호표 등 영수증에 해당하는 징표를 받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