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에서 '절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밟아온 절차가 정당하지 못했다면 결과에 대한 시비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특히 '세무조사'와 같이 강제성이 수반되는 국가행정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그 결과가 탈세와 같은 '범죄'와 연결이 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절차적 하자에서 비롯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그 결과의 중대성이 절차의 하자를 상쇄할 수도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심판례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보입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납세자가 이를 근거로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취소해 달라고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사건입니다.
심판원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내놓았을까요.
□ 사건의 '전말' = 지폐인식기, 상품권배출기 및 게임기 도소매 사업을 시작한 A씨는 국세청으로부터 세금탈루 혐의가 붙들려 세무조사를 받게됐습니다. 국세청은 A씨가 지난 2008년 상당액의 부가가치세를 탈루한 사실을 확인, A씨에게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A씨는 과세관청(서울지방국세청)에 이의를 제기했고, 과세관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확인이 미흡했던 부분들을 발견, 재조사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조사 결정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A씨는 십 여일 후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습니다.
A씨가 문제를 삼은 것은 세무조사의 절차적 하자였습니다.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이 사전예고나 통지도 없이 불쑥 주거지를 방문해(3차례) 괴롭히는 통에 자신과 가족이 정신적 불안감과 심리적 압박감을 받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적법한 절차도 없이 주 거래처까지 조사했고,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자신의 금융 입출금 내역 전부를 과세표준산정 기준으로 정해 과세하면서 자신의 항변과 진술을 자의적으로 묵살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A씨는 "금융거래정보 등을 금융사에 요구하기 위해서는 지방국세청장 승인이 필요함에도 그런 과정이 없었고, 세무조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배우자와 친인척들의 재산조회를 하는 등 조사과정에서 명백한 월권·위법행위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과세관청의 입장은 정반대였습니다. 일단 무단 방문(?)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조사경위 등을 설명하는 등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조사과정에서 관련인 등에 대한 불법적인 재산조회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아울러 금융거래정보 조회승인 또한 서울국세청장으로부터 적법한 승인을 얻었기 때문에 세무조사 절차와 방법에 전혀 위법사항 및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과세관청' 손 들어준 심판원 = 이 사건에 대한 심판원의 결정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사건에 대한 심리결과, 과세관청이 위법행위를 하거나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위를 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확인 결과 A씨에게 적법한 세무조사 사전통지가 이뤄졌다"며 "또한 거래처에 대해 적법한 절차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거래처를 추가 조사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권한 남용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심판원은 "무단 방문,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조사범위 확대 등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고 있지만, 조세법은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하면 과세를 해야 한다"며 "조세 탈루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과세하지 않는다면 공평과세 원칙 등을 위반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심판원은 또 "설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위법사실 등이 실제로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정당한 과세처분이 무효되거나 처분을 취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참고 심판례 : 조심2012서3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