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 정부가 복지재원 마련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회계감사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조세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지 않아도 되는 자산총액 100억원 미만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해 세원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납세자연합회가 21일 '회계감사 등 간접세무조사의 세원투명성과 활용'을 주제로 국회 도서관에서 개최한 납세자포럼에 참석한 조세전문가들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소득탈루율이 높은 기업들이 자진해서 회계감사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이날 주제 발표를 가진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은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소득탈루율이 높은 수입금액 100억원 이하 기업들의 세원투명성을 높여야 하며, 기업들이 회계감사를 자발적으로 받도록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수입금액 100억원 이하 법인사업자의 소득탈루율이 무려 54%∼85%에 달한다"며 "법인의 세원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가장 강력한 것은 회계감사이므로 가능한 많은 기업이 자진해서 회계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지 않아도 되는 자산총액 100억원 미만 회사들이 자진해서 회계감사를 받을 경우 세무조사 및 세금에서 혜택을 받도록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세원투명성이 확보돼 복지재원 마련에 기여할 것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제 발표 이후 진행된 종합토론에 참가한 조세전문가들은 복지재원 확보와 세원투명성 제고를 위해 회계감사가 유용한 수단이라는데 동감하며, 수입금액 100억원 이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승호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회계감사를 받은 법인이 전체의 5%에 불과하다는 점, 수입금액 100억원 이하 법인의 소득탈루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등은 법인들이 자발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라고 말했다.
그는 "강제가 아닌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회계감사를 받는 법인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증세 없이 세수를 늘리려는 차기 정부의 세수확대 방안과 일맥상통하고, 납세자 저항 등 장애요소도 크지 않아 매우 현실적인 정책 제안"이라고 밝혔다.
신승묘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무신고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제도개선을 하면 결과적으로 회계정보의 투명성도 높아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세무신고의 투명성도 높아진다"며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나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세수를 확보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계감사 등 간접세무조사를 통해 기업들의 소득탈루를 차단하고 세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지만, 기업들에게 회계감사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우용상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회계감사 등 간접세무조사를 통해 추가 세원을 확보하는 방안은 차기 정부에서 세원확보 대안으로 고려해 볼만하다"며 "하지만 회계감사 비용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고 전했다.
우 교수는 "기업들이 자진해서 외부감사를 받도록 유도하려면 외부감사 비용 이상의 조세혜택을 부여하거나, 조세혜택보다 낮은 금액을 지출하고 외부감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전자는 세원 추가 확보에 장애물이 될 수 있고, 후자는 외부감사의 품질하락으로 이어져 효과적인 세원투명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산 대구대 회계세무학부 교수는 "회계감사를 실시하더라도 회계부정과 조세회피 행위를 적발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며 "회계감사도 기업이 제출한 내부자료를 활용해 진행되므로 납세자가 올바른 자료를 제시하지 않으면 세원투명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회계감사에도 고유한 한계가 있어 회계감사와 세원투명성을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회계감사와 세법에 따른 세무조정은 그 목적이 서로 달라 회계감사를 세법에 바로 이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