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제도 도입시 정책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향후 제도 개선 방안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으로는 근로장려세제 정책의 초점을 저소득층의 고용률을 높이는데 맞추고, 노동시장에 미친 효과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9일 '복지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과 추진 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근로장려세제의 정책 목표를 저소득층 고용률 제고로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미래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하며, 근로를 통한 복지 실현으로 제도를 확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저소득 계층에게 현금 지원 등으로 소득을 보장해주는데 그쳤던 복지정책을 일자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윤 연구위원은 "과거 복지시스템이 목표했던 핵심 기능은 주로 경기변동에 의해 실직 등 예기치 않은 위험이 발생했을 경우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글로벌 시장상황에 따라 기술과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게 되면서 저숙련 근로의 부가가치가 장기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혁신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개인이 직면하는 위험은 자신이 가진 숙련이 낙후되는 것"이라며 "복지정책과 노동시장 관련 제도를 통해 실직과 구직 등 지속적인 변화에 개인이 잘 적응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복지제도의 핵심기능"이라고 전했다.
복지 정책이 빠른 사회·경제 변화에 대한 근로자 개인의 적응력을 지원해 실직과 구직 등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경제활동 참가에 어려움이 없도록 보육과 노인돌봄 등 복지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에서 뒤쳐진 개인이 극도로 빈곤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현금을 지원하는 복지가 아니라, 근로 능력자 누구나 실직이나 저숙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댈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완비하고 빈곤층에게는 소득보장기능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를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는 근로장려세제의 정책목표를 명확히 규정하고, 저소득층 고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근로장려세제는 기본적으로 노동공급, 빈곤감소 등 2가지 효과를 기대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장려세제 도입시 주된 정책목표가 무엇인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제도 확대에 대한 방향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장려세제의 정책목표가 빈곤층 소득보전이라면 정말로 빈곤층이 수혜 대상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고용증진 효과가 목표라면 노동시장에 미친 효과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연구위원은 "지난 1995년 이후 저학력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0%p 가까이 하락하는 등 근로유인 저하의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제도의 목표를 저소득층 고용률 제고로 명시하고 이에 따라 성과평가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윤 연구위원은 현재 복지정책 확대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정부의 납세자 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조세행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그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서는 정책 대상자의 소득파악이 필수적이며, 이는 제도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하지만 소득파악 능력 등 정책 인프라 미비는 현재 여러 가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어 복지 확대의 대표적인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세행정 개선이나 정책 환류과정을 내장하는 한편, 부처간 기관간 정보협력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