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저조에도 불구하고 2000억원 고배당 추진
금융당국, SC은행 담당자 불러 해명 요구
SC은행 노조 "수익 저조한데 통큰 배당 안 된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고배당 논란을 둘러싸고 지난해에 이어 2번째로 금융감독당국과의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SC은행은 오는 14일 열릴 이사회를 통해 2000억원의 연말배당을 결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SC은행 담당자를 불러 해명을 전해들을 계획이며, 배당이 과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불편을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금감원은 SC은행의 고배당에 대한 진위 여부를 담당자를 불러 들은 뒤 대표자 소환 등 차후책을 고민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SC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229억원보다 많은 2000억원을 배당하려다 금융당국의 제지와 비난 여론에 밀려 1000억원을 배당키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SC은행이 지난해 중간배당에 이어 연말배당 2000억원을 추진하며 다시 금융감독당국과 맞서는 양상이다.
SC은행의 주주배당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순이익에 비해 과도한 배당액 때문이다.
SC은행의 지난해 3분기 당기 순이익은 4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64% 줄어들었으며 3분기까지 누적 당기 순익은 약 54% 감소한 1663억원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SC은행의 배당성향은 은행권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 2009년 당기순이익 4326억원에 2500억원을 배당하며 배당성향 57.8%를 기록한 바 있다.
또 지난 2010년에는 62.0%(당기순이익 3224억원, 배당금 2000억원), 2011년 78.1%(당기순이익 2560억원, 배당금 2000억원) 등 매년 고배당을 실시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1000억원을 배당하며 배당성향 81.6%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같은 SC은행의 배당성향은 국내 KB금융(11.7%), 우리금융(9.4%), 신한금융(20.3%) 등과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한국 진출 이후 당기순이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배당액은 2000~2500억원을 유지하며, 영국 SC그룹의 '현금인출기'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SC은행은 2011년말 전체 직원의 13%가 넘는 813명을 퇴직시키고 신입행원 채용은 중단시켰으며, 지난해에는 일부 지점과 은행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긴축경영에 나선 바 있다.
직원들에 대해서는 긴축경영을 강조하면서 대주주에 대해서는 고액 배당을 서슴치 않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임단협을 진행중인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서성학 SC은행 노조위원장은 "임단협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해를 넘긴 상황에서 은행 측에서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통큰 배당을 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며 "이에 대해 은행 측에 공식 입장해명을 요청한 상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은행의 수익이 저조한 상황에서 최고 배당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며 "다른 은행에서는 연말 배당만 하고 있는데 중간배당까지 하면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