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생물체, 생존 위한 성장 필요"

경제민주화 논쟁 소모적…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꾀해야

"기업이라는 것은 생물체다. 법인(法人)이라는 의미가 그렇다. 결국은 성장을 계속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울 때는 정부가 인큐베이터에서 케어를 해줘야 한다."

이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경제민주화' 논의가 반(反)대기업 정서로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한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 사진)가 지적한 말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불거진 '경제민주화' 논의를 '약자 마케팅'이라고 단정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표몰이용 정치 마케팅'을 벌인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한국경제에 이 같은 '경제민주화' 논쟁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고,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국부의 원천인 대기업과 경제 근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며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세일보에서 전삼현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해 '뼈 있는 조언'을 담아 봤다.

■경제민주화는 '약자마케팅'…민주화와 거리 멀다 = 전삼현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약자마케팅'이라고 분석하고, 내재된 위험성도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법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이해 관계자의 구미에 따라 달리 각색될 수 있다"며 "정치인들은 경제민주화를 통해 일종의 '약자 마케팅'을 한 것인데 이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떠나 강자에 불이익을 가해야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는 일반적인 개념에서 오히려 민주화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입원 확대를 통해 경영활동을 왕성하게 하면서 그 성장 과실을 국민들이 나눠먹어야 하는데 현재 경제민주화 논의는 그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민주화의 기본은 동일한 기회를 받아서 공정한 경쟁을 펼치는 것인데 대기업을 견제하는 식의 경제민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변질된 경제민주화 논란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전 교수는 "경제민주화 논란은 약자 마케팅이 아닌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약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 제도적으로 대기업을 경쟁에서 아웃시키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공정과 평등은 다르다…대기업 족쇄 우려 = 공정과 평등의 의미는 다르다는 것이 전 교수의 주장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하게 이뤄지는 경쟁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지만 대기업을 아예 경쟁에서 배제시키거나 경쟁하지 못하게 족쇄를 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그는 이를 권투에 비유했다. 헤비급과 라이트급의 권투선수를 주먹질 횟수를 규제하거나 아예 수비만 시킨 뒤 승부를 하라는 것은 공정을 벗어난 불평등 경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 교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대표적인 불평등 경쟁으로 꼽았다.

그는 "중소기업 등 약자보호는 방법론으로 정립되어야지 법이나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면 정책의 유연성이 떨어지며 시장의 불평등 경쟁을 고착화시키게 된다"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편가르기는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편가르기는 시장이 끊임없이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도 상실시킬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부당한 단가 인하 행위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도입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분명히 했다.

전 교수는 "하도급법 자체가 수급 사업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여기에 과도한 징벌적 배상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등도 시장논리에 의한 기업간 협상 자율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공약을 통해 공언한 대기업의 순환출자 제한아너 출자총액제한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전 교수는 "작은 자본시장에서 대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유니버셜 뱅킹이나 금산융합이 필요하며, 유럽의 경우만 봐도 순환출자가 쉽게 이뤄지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에 투자의 길을 열어 주어야 일자리도 창출되는 것인데 이를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평등경쟁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사회주의를 하겠다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역설했다.   

■관치경제 시대 끝나…새정부 출범 전 수정 필요 = 박근혜 정부가 5년간 그려갈 경제밑그림은 70년대식 관치경제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 교수의 지적이다.

전 교수는 "박 당선인이 갖고 있는 국가관과 서민을 위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하는 열망은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면서도 "국민소득 80달러에 불과했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국가가 나서서 시장을 키우는 관치경제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이런 생각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는 정부가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불공정한 경쟁에 대해서만 조율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또 그는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줄이고 일자리 늘리기에 등한시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밝혔다.

전 교수는 "대기업이 자꾸 외국에 나가 투자를 하고 일자리 늘리기에 등한시 한다고 하는데 기업은 가격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선적으로 대기업이 국내에 설비를 투자하고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덧붙여 대기업들이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 교육, 관광, 금융시장 등 서비스업에 대한 문호를 확대하고 고임금에 생산성이 낮은 고령자들의 임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

전 교수는 "선진국이 될 수록 정치보다는 경제의 힘이 더 쎄지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목적을 가지고 법으로 기업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아져야 국민소득 3만불 시대도 올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새정부의 기업 살리기 정책은 대·중소기업간 편가르기가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기업 생태계에 맞는 기업들의 변화도 주문했다.

전 교수는 "대기업들도 시장을 독식한다는 냉소적인 시각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경영진도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강조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사회적인 정서가 된 지 오래이며 기업들도 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