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장 위해 R&D 세제감면 유지돼야
전 세계 '기업 살리기' 분주…기업 활성화 시급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기업 살리기'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 만큼 국내 경제와 기업들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
하지만 대기업은 녹록치 않은 대외 경제여건과 경제민주화 앞에서 '규제'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최초 민간경제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조세일보는 한경연 박대식 부원장에게 국내외 경제상황과 경제민주화 속 기업들의 움직임을 들어봤다.
■ "정부, 기업규제 풀어줘야"= 박 부원장은 경제구조의 재편으로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 기업을 위한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구조가 재편되면서 공장 자동화는 가속화됐고 제조업 등의 일자리 창출능력은 떨어지게 됐다"며 "결국 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하며 이에 따라 정부는 신사업에 대한 기업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규제를 선제적으로 풀어주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
특히 그는 기업 관련 제도가 정권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박 부원장은 "기업이 비즈니스를 운용할 때 국가의 기업관련 제도가 불안정하다면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겠냐"면서 "교육제도가 백년대계를 지향하는 것처럼 기업 관련 제도 역시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정부의 정책이 변할 수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예견할 수 있어야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과 투자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건강한 기업 생태계 수립을 위한 환경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더 많은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등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 "정부 기업정책 일관성 없어" = 그는 정부 정책 중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계열사 의결권 제한 문제 등이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진단했다.
박 부원장은 "순환출자와 금산분리제도의 목표가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라면 그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대기업 일자리를 줄여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의결권 제한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기본적으로 경제 성장 동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원장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R&D(연구개발) 세제감면은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투자활동에 대한 세금혜택 논의는 현 상황에서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기업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R&D세제감면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원장은 "현재 기업 조세지원 방안 등의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 작업들이 완료 되는대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 "美·日 기업 활성화에 분주한데···" = 기업 활성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세계 각국은 기업 살리기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박 부원장은 "미국은 기업의 해외공장을 국내로 들이기 위해 법인세 감면혜택을 주고 있으며 R&D에 대한 세제감면은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재정확대를 위한 세제개편 와중에서도 R&D의 경우 성장력 훼손과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손대지 않았다는 것.
이어 그는 "일본의 경우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기업관련 규제를 오히려 풀고 있는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녹록치 않아 기업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지원이 절실하다는 조언이다.
박 부원장은 "올해도 우리나라 경제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수출이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대외환경의 악화와 불확실성은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는 최악을 면한 정도에 불과해 앞으로 상당기간 재정적자폭을 줄여야 하며, 유럽은 프랑스의 실업율이 높아지는 등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문제가 프랑스 등 다른 국가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는 상황.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철강,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대두분의 업종에서 지난해 초반 이후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며 "기업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