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금융위 제재조치 취소 판결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회의 제재조치에 맞서 3년여의 소송을 벌인 끝에 명예를 회복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4일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에 받은 제재를 취소해달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한 이유는 황 전 회장에 대한 제재 근거인 은행법이 그가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없었기 때문에 행정법규 불소급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
현행 은행법에서는 퇴임한 임원에 대해서는 재직중이었더라면 받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조치내용을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조항은 황 전 회장의 퇴임 후인 2008년 3월에 신설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했던 2005~2007년 CDO(부채담보부증권)와 CDS(신용부도스와프)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투자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은행에 1조1711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제재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황 전 회장은 2004년 3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한 뒤 2008년 9월부터 1년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했는데 2009년 9월 금융위의 의결에 따라 뒤늦게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에 황 전 회장은 금융위를 상대로 제재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11년 3월 31일 서울행정법원과 2012년 1월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동일한 이유로 금융위의 제재조치에 대해 취소 판결을 받았다.
황 전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징계당시 4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에 의거 불미스럽게 KB금융지주 회장직을 중도에서 물러났던 불명예를 벗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을 체면을 구긴 금융위는 "법원은 황 전 행장이 고위험상품 투자를 지시하거나 투자관련 리스크관리·내부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위법·부당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실체 판단은 하지 않았다"며 개운치 않은 뒷끝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