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과세 당국과는 달리 국민의 기본권 중의 하나인 재산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법원은 국가의 징세권을 고려하기보다는 납세자의 권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 변호사는 또 “납세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구제절차가 너무 많아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행정심판 절차를 간소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세심판원과 관련, “준사법적 절차가 보장되도록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등으로부터 독립된 조세심판원을 설치하고 이곳에서 지방세와 국세의 심판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 1983년 서울고법 특별부에서 조세소송사건을 전담하면서부터 20여년동안 조세전문인의 길을 걷고 있는 정 변호사를 만나 보았다.
-조세전문인이 된 동기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국은행에 있을때 부기·회계 이론을 배우고, 1983년 서울고법 특별부에 근무하면서 조세소송 실무를 경험하게 됐습니다.
당시 현직판사로 서울시 지방세 이의신청심사위원으로 활동하게 됐는데, 조세소송판례와 조세법 등에 관한 서적을 탐독했고, 경희대 대학원 세무관리학과에 입학해 공부한 것이 그 동기가 됐습니다.
-현재 납세자가 위법 부당한 과세관청의 처분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쟁송방법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우선 과세전적부심사제도가 있습니다.
이 제도는 세무조사결과통지 또는 조사결과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관할세무서에 청구해야 합니다. 과세처분 후에는 국세의 경우 처분청이나 상급관청에 신청하는 이의신청이 있습니다.
또 국세청에 하는 심사청구와 재경부 산하 국세심판원이 관할하는 심판청구가 있는데 납세자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방세의 경우 상급관청에 하는 이의신청과 행자부 장관에 신청하는 심사청구가 있으며, 국세와 지방세 모두 감사원에 심사청구가 가능합니다. 이 모두를 행정심판이라고 합니다.
이런 행정심에서 승복을 하지 못할 때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같이 현행세법상 국세와 지방세 소송은 행정심판을 거쳐야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필요적 전치절차를 규정한 지방세법에 대해 최근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관계 규정이 신설될 때까지 바로 행정소송 제기가 가능합니다.
-구제절차가 너무 많은 것이 오히려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다는 지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소송시일이 장기간 소요되면서 소송수임료 부담이 증가하는 바람에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과세전적부심사청구 이외에 1회만 심판청구를 거치고 행정소송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행정심판을 간소화하도록 개선하는게 필요합니다.
현재의 국세심판원을 재경부로부터 독립해 준사법절차가 보장되는 조세심판으로 하고, 이곳에서 지방세와 국세 모두를 처리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1998년 3월2일 행정법원 개원으로 행정소송이 2심제에서 3심제로 늘어났지만 세무소송전문법관이 적은 것도 문제입니다.
-납세자들 스스로도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래야 법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신청 및 제소기간을 넘기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납세자가 어려운 세법과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 쟁송에 관한 지식을 깊이 있게 습득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인을 잘 선택해 사건을 위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호사의 경우 판사실무 경험이 풍부한 법조인을 선택하는 것이 사실입증과 소송기술 등에서 유리합니다.
-세법이 매년 바뀌고 까다로워 납세자들이 접근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세법은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 규정해야 하고 기술적인 법령이므로 조세정책의 변화에 따라 자주 개정돼야 하는 속성이 있어 부득이 합니다.
다만, 입법 당국은 법원의 판례가 확립되면 여기에 따른 법령을 개정해야 하고 과세관청은 확립된 판례에 따라 과세처분을 해야 합니다.
-1,2심에서 법령의 해석이 애매한 부분은 기각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사실인정에 관해서는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습니다.
입증이 애매한 것은 입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실제 재판과정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것은 국고주의(國庫主義) 때문입니다.
세금을 추징하는 과세당국은 국고주의로 업무처리를 한다고 해도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국가의 징세권을 고려해서는 안됩니다.
실제 제가 수임한 사건중에서 하급심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것이 최근 1-2개월동안 무려 3건이 넘어갑니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추징세액을 미리 납부해야 하는 조세소송의 특성상 납세자들에게 시간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끼치게 됩니다.
또 최근에는 대법원의 경우 간단한 사건의 판결은 빠르지만 복잡하고 애매한 판결은 너무 늦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납세자들의 권리 구제의 신속성을 고려해 사건처리가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맡고 있는 소송사건이 있다면.
▲지난 1997년 1심에서 한보에 부과된 4천893억원의 조세중 2천231억원에 대해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받은 사건은 곧 고등법원에서 선고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지방세 국세 등 몇 개의 굵직한 고액 사건을 수임 처리중입니다.
-향후 계획.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복대리변호사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증거수집과 서류작성, 변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관계 세무사 회계사와 공동으로 조세소송을 수행해 납세자의 권리를 구제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학력)
□1942년생
□경남 합천군 덕곡면 출생
□대구상업고등학교 졸업(1961년)
□한국은행 근무(1961-1964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1967년)
(경력)
□서울고등법원 특별부 조세소송전담 판사(1986-1987)
□서울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 퇴임(1992.8.20)
□안건회계법인, 대한주택공사, 토지개발공사, 한국고속전철공단, 한국전력공사, 주택사업공제조합 법률고문 역임.
□現서울시 과세적부심사위원 및 반포세무서 과세적부심사위원 담임, 서울지방국세청 이의심사위원 담임, 서울지방세무사회 고문, 한국세무사회 고문, 삼일회계법인 법률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