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자 별도직군 신설…1급 지사장·사업소장 승진
초봉도 대졸자의 70% 이상 보장…4년후 동일 보수
정부가 그동안 시행해온 공공기관 고졸채용 확대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졸채용자들의 승진 기회를 1급 고위직까지 확대하고, 연봉도 대졸자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특히 고졸자들이 대졸자 등과 함께 승진경쟁을 벌여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기존 직급체계에 고졸자 별도 직군을 신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서울시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전체 29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새롭게 개편되는 공공기관 고졸채용 제도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고졸취업자에게 적합한 인사·보수체계를 구축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이미 지난 2011년부터 공공기관 채용자의 약 20%를 고졸자로 채용하는 '공공기관 고졸채용 목표제'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학력중시 관행과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졸자 채용제도의 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공공기관에서 아무리 고졸자 채용을 확대하더라도 취업 이후 고졸자라는 한계에 부딪혀 승진길이 막히거나, 대졸자에 비해 연봉이 적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고졸자 지원·채용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이번 제도 설명회를 통해 기존 공공기관의 고졸자 채용·인사·보수 제도를 새롭게 개편하고, 고졸자 채용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좁은 승진문과 적은 연봉을 대폭 개선할 방침이다.
□ 고졸적합직무 발굴…"고졸자 제한경쟁시험 도입" = 우선 공공기관의 미흡한 고졸 채용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별도로 구분된 '고졸적합직무'를 발굴한다.
업무특성 등을 고려해 남동발전,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국민연금, 연구재단, 신용보증기금 등 6개 시범기관에서 먼저 고졸적합직무를 발굴하고, 다른 공공기관에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별도로 구분한 고졸적합직무에는 고졸자들만 응시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고졸자 제한경쟁시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졸자들의 수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초적인 직무능력 평가와 면접 중심으로 시험을 개편하는 등 채용시험을 고졸자들이 합격하기 쉽도록 바꾼다.
□ "고졸자 승진문 넓힌다"…1급 지사장·사업소장 승진 = 고졸자들이 취업 이후 가장 걱정하는 승진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고졸자들을 별도로 분리·운영하는 별도직군제도 신설한다.
현재는 고졸자들이 공공기관에 취업하더라도 대졸자 등과 단일직군에 포함돼 승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등 하위직에만 머물며 승진을 제대로 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재정부는 기존 공공기관 직급체계에 고졸자 직급을 추가하고, 별도직군으로 고졸직무군을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고졸채용자들이 승진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고졸직무군 내에서도 최고 1급 고위관리자까지 승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고졸직무군으로 따로 채용된 고졸자도 농어촌공사의 경우 지사장, 수자원공사의 경우 사업소장 등 1급 관리직까지 승진할 수 있도록 직급체계를 개선한다.
대졸자와의 직급 격차도 줄이기 위해 대학졸업 연수와 같은 4년 동안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역량을 축적한 고졸자는 대졸자와 동일한 트랙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4년 근무 이후에는 대졸자와 동일한 수준의 신분을 보장하기로 했다.
□ "고졸채용자 초봉 오른다"…대졸초임 70% 이상 보장 = 대졸자들에 비해 다소 낮았던 공공기관 고졸채용자들의 연봉도 대폭 인상될 전망이다.
재정부는 공공기관에서 고졸채용자 초봉을 최소한 대졸자 초봉의 70%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4년 이상 근무한 이후에는 대졸초임과 동등한 수준의 보수를 제공하도록 했다.
다만 고졸자들의 자기개발을 유도하고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근속승진이 원칙이지만 최소한의 검증절차를 거치는 등 임금인상과 관련된 일정한 자격요건을 설정하기로 했다.
취업 이후 학비 부담 등을 이유로 대학진학에 소극적인 고졸채용자들에게 일정기간 근무한 이후에는 직무와 관련된 분야에 진학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대학등록금 등 학비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고졸자 채용확대 제도의 가장 큰 실패 이유는 보수가 적고 승진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고졸채용자들의 승진에 한계를 없애고, 연봉도 대졸자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