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서민금융기관 역할 강화 필요"
상호금융 등 역할 중요…지배구조 개선·감독강화 시급
새 정부 출범을 얼마남겨 두지 않고 서민금융에 대한 과도한 정책적 지원은 시장을 왜곡시키면서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회관에서 '새 정부의 바람직한 서민금융정책'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했다.
이날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민금융의 발전방향'이라는 발제를 통해 "서민금융체계는 금리 10% 이상인 서민 신용대출의 접근성, 가용성, 금융비용 개선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경제 내에서 차지하는 저소득 가구의 비중이 7.8%에서 15%로 2배 증가하는 등 소득의 양극화가 이뤄졌는데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시스템은 자금중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시장 실패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손 선임연구원은 "현재 서민금융체계는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시장이 죽고 정부가 모든 것을 부담하는 시스템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서민금융에 대한 과도한 정책적 지원 확대는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서민금융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서민금융기관들의 조직구조 및 영업행태를 재편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감독 당국과 관련 금융기관의 민·관 TF를 구성해 지역밀착 및 관계형 금융, 상호부조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대출의 일정비율 이상을 서민에 대한 소액신용대출로 활용초록 권장하고, 소액신용대출비율이 높은 서민금융기관에 대해 저리자금 지원 등 재무적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 등 간접적인 지원을 통한 시장 활성화를 강조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새로운 서민금융 시스템의 모색'이라는 발제에서 "외환위기 이후 소비자 금융시장 환경 변화로 상호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의 위상이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에서 신용회복제도, 3대 서민금융상품,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다양한 정책들을 취했음에도 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대증적 조치에 그쳤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며 "변화된 금융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서민금융체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금융포용 강화 정책 수단으로 적합한 곳은 제도권 기관인 은행이나 저축은행, 대안기관인 사회적 금융기관보다는 신협,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제도권 기관으로 이해관계자 가치(STV, Stakeholder Value) 기관이 적합하다"며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제도권 STV 기관인 협동조합형 금융기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형 금융기관이 서민금융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협동조합형 금융기관 중심의 시장구도 형성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 감독강화 등이 전제돼야 한다"며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협동조합형 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감독 체계를 일원화 해 금융감독기구가 감독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새 정부 출범 전에 시기적으로 굉장히 큰 방향을 제시해 줘 실무 과장으로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전체적인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예기치 못한 정책은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지원체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서민금융기관의 활성화는 과제이지만 이들 기관의 건전성 부분도 지켜야 하며, 상호금융 등의 안전성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축은행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지만 본연의 모습인 지역 밀착형 금융으로 돌아가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