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된 복지공약, 기초연금·중증질환보장'축소'

국민연금·기초연금 통합…'국민행복연금' 도입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기간 내세웠던 주요 복지공약들의 혜택범위와 대상이 대폭 축소됐다. 박 당선인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100% 공약이행' 약속이 제대로 시작해 보기도 전에 재원부족 문제로 반쪽자리 공약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21일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박 당선인이 선거공약 제시한 주요 복지정책들이 대폭 수정됐다.

우선 소득과 관계없이 65세 이상 노인에 월 20만원씩 지급될 예정이었던 노인연금 공약은 소득계층과 국민연금 납입여부 등을 고려해 차등지급 하는 방안으로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소득 하위 70%에 별도로 국민연금을 가입하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월 20만원씩 지급되며 국민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 수령액과 별도로 14~20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소득상위 30%의 경우 국민연금 미가입자는 월 4만원, 국민연금 수급자는 수령액에 따라 4~10만원의 추가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부부가구는 각각 20%씩 감액된 기초연금 지원금이 전달된다.

대규모 가입자 이탈사태를 불러왔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통합문제는 결국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합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인수위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국민행복연금'을 도입해서 양 기금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와 관련 최성재 인수위 고용복지노동분과 간사는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화하고 국민연금과 합쳐 중장기적으로 국민행복연금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며 "기초연금 재원은 국고와 지방비로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수위 측은 논란의 중심이었던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전용(轉用)' 문제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류성걸 경제 1분과 간사는 매년 어느 정도 규모의 국민연금 재원이 기초연금으로 빠져나갈지 여부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다"며 "정부 출범과 동시에 발족될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공공분야 노인 일자리를 연간 5만개 수준으로 늘리고, 보수도 월 20만원에서 30~40만원으로, 일자리 제공기간도 7개월에서 10~12개월로 각각 늘리는 방안도 제안했다.

암, 심장, 뇌혈관, 휘귀난치성 질환 등 이른바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 공약도 대폭 수정됐다. 당초 박 당선인은 이들 4대 중증질환에 들어가는 의료비 전액을 100%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지만, 실제 환자 측 비용부담이 큰 6인 이하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본인부담금 부분은 보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인수위 측은 당초 박 당선인의 공약이 잘못 알려진 것이며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공약축소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는 또 새 정부에서 소득계층별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현행 3단계인 부담금 상한 제도를 7단계로 세분화하고, 저소득층의 상한액은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추고, 고소득자의 상한액은 4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높이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대상도 현재 75세에서 2015년 70세, 2016년 65세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실직자 건강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불입금 미납 시 임의계속 가입기간도 현행 1년에서 최장 2년까지 늘어난다.

보험료 부과체계도 현행 재산중심에서 실질 소득중심 체제로 단계적으로 개편하고 획일적 의료비, 약값 수가 제도를 개편해서 병 증상여부, 약재가격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새 정부는 현행 장기요양보험에 치매특별등급을 신설해서 국가적으로 종합적인 치매관리를 추진하고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 지원대상도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