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현재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1930억원짜리 취득세 조세불복 사건에 대한 심판 결정을 오는 6월 이내로 내려질 같은 사건에 대한 헌번재판소 판결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서로 다를 경우 1930억원에 달하는 과세금액을 취소해야 하는 등 서울시 재정에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5일 현재 조세심판원에서 심리를 준비하고 있는 리스차량 취득세 관련 심판 결정을 동일한 사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로 연기해 달라고 지난 21일 심판원에 공식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서울시와 강남구 등 5개 자치구는 14개 리스차량 회사에 대해 총 1930억원에 달하는 취득세를 부과했다.
리스차량 회사들이 서울에 본점을 두고서도 차량 등록은 경상남도 등 전국 지방군청 소재지에 만든 허위사업장을 자동차 사용본거지로 위장해 신고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리스회사들은 허위사업장 등을 통해 채권매입 부담을 면탈했고, 취득세를 적법하게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현행 지방세법에 따라 취득세는 등록세에 적용되는 형식주의와 달리 현황과세 도는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되는 세목이라고 주장했다.
리스차량에 부과되는 취득세의 경우 형식적인 자동차 등록지가 아닌 실제 사용지에서 과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리스회사들은 취득세율이 다소 낮은 지방군청 소재지에 차량을 등록만 했을 뿐, 실제 리스차량 영업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방세 제도 및 운영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지방세 과세권귀속 결정'을 통해 자동차의 보관·관리·이용에 관계없이 자동차등록원부상 차량이 등록된 곳이 서울시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에는 취득세 과세권이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리스업체들은 서울시 과세처분에 불복하며 조세심판원에 과세취소 심판을 청구했고, 일단 지난 1월말까지 일부 징수유예 금액을 제외하고 약 1866억원의 세금을 서울시에 납부한 상황이다.
한편 서울시는 행안부의 지방세 과세권 귀속 결정과 관련해 지난해 연말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헌재는 헌법재산소법에 따라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오는 6월) 이내에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심판원은 같은 사건에 대해 오는 26일 우선 강남구청으로부터 취득세를 부과 받은 2개 리스회사에 대한 조세심판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심판원 결정이 헌재 판결보다 먼저 내려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강종필 서울시 재무국장은 "서울시 리스차 취득세 과세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므로 조세심판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이후로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서울시의 리스차 취득세 과세는 적법하고 정당하며 조세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시에서 헌재 판결 이후로 심판 결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심판 청구인은 정작 리스회사이므로 처분청의 요구대로 결정을 미룰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심판원 관계자는 "일단 26일 심리가 예정돼 있고, 이번 사건에는 리스회사라는 청구인이 있다"며 "청구인이 심판 결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면 연기해 줄 수는 있지만, 처분청이 요구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법적요건 등 타당성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