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양도세 중과세 등 부동산시장 과열기에 도입한 각종 규제들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기획재정부는 27일 민간 경제·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된 거시경제금융회의 민간 워킹그룹(Working Group)에서 마련한 '거시경제금융안정 보고서'를 발표하고, 전문가들이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규제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9월 정부가 제2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실물경제·재정·금융·외환 부문의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로 결정, 그동안 민간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운영해 발간한 자료다.
보고서 작성에는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 김우진·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승현 한국조세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장,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 등이 참여했다.
송인호 KDI 부연구위원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고서 관련 브리핑을 개최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과열기에 도입됐던 각종 규제들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송 연구위원을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부문의 위험요인을 점검하며 주택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일본 등과 같은 시장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돼 있고 수도권 외곽 신도시 주택시장 부진 등 국지적 불안요소가 잠재돼 있어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1990년대 일본경제 장기침체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등의 사례에서 보듯 주택시장 변동이 거시경제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시장안정을 위해 과열기에 도입했던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말 기준 전국의 주택가격 총액은 우리나라 명목 GDP 1237조원의 3.8배에 달하는 약 4700조원으로 추정되며, 주식시장 시가총액 1042조원의 4.5배가 넘는 규모다.
주택가격 변동은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에도 영향을 주고 주택공급 등 건설투자에 영향을 미침은 물론,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담보가치 하락으로 금융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송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1% 떨어지면 민간소비는 0.03% 하락하고, GDP도 0.02% 하락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약 4700조원으로 우리나라 GDP의 4배에 달해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주택시장의 경우 거래가 부진한 상황이 잠재적 위험요인"이라며 "부동산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양도세 중과세, DTI, LTV 등의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규제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발표된 보고서 내용을 향후 정책 입안 과정에서 참고할 계획이어서, 양도세 중과세 등 주택시장 규제를 완화할지 주목된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은 "아직 보고서에는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 과열기에 도입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인데 LTV, DTI의 경우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보고서에서는 세금과 관련된 부분을 우선적으로 이야기 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조치가 제언된 것은 아니고 위험부분을 평가한 것이므로 정부가 후에 정책 입안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