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설비투자 규모 등 투자부진으로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민간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시행하는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로 원화절상이 계속되는 상황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27일 민간 경제·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된 거시경제금융회의 민간 워킹그룹(Working Group)에서 마련한 '거시경제금융안정 보고서'를 발표하고, 전문가들이 투자부진과 원화절상 문제 등을 우리경제의 위험요인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9월 정부가 제2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실물경제·재정·금융·외환 부문의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로 결정, 그동안 민간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운영해 발간한 자료다.
보고서 작성에는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 김우진·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승현 한국조세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장,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 등이 참여했다.
우선 민간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세계경제는 유로지역 재정위기 장기화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하반기 이후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유로지역은 재정위기 국가들의 경기침체와 부진한 고용사정, 정부의 긴축재정 등으로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돼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상황 평가를 기초로 실물경제, 재정, 국내금융, 국제금융 등 분야별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특히 실물경제 부문의 위험요인으로 계속되는 투자부진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비투자의 경우 2000년∼2007년 중에 연평균 7.1%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8년∼2011년 사이에 증가율이 4.6%로 둔화됐고 지난해에는 1.8%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투자부진은 자본축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설비에 체화된 최신 기술의 적용을 어렵게 한다"며 "생산성 향상에 지장을 초래하게 돼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국제 금융부문 위험요인으로 선진국들의 양적완화에 따른 원화절상이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중앙은행을 통해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 늘어난 글로벌 유동성이 자금회수가 용이한 증권투자자금 형태로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되면서 원화절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화절상 기조는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고용여건 악화, 물가 인상, 복지지출 급증, 공공기관 부채, 가계부채 문제 등을 우리나라 거시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고용 부문은 기업들이 고용 조정시 필수인력을 유지하면서 신규채용 축소와 임시·일용직을 감축하는 경향을 보여, 향후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청년층 등 고용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용여건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도 국제곡물가격 및 국제유가 변동 가능성, 공공요금 인상압력 등 상방위험이 잠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의무지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복지지출은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07년∼2011년 사이에 249조3000억원에서 463조5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한 공공기관 부채도 장래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효과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도 2011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규모가 높은 수준이므로, 상대적으로 큰 가계대출 증가세를 보인 비은행권 건전성 문제와 가계부채 상환부담 증가에 따른 민간소비 제약 등 위험요인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