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우리나라에 주택관련 정책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 1970년대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새마을 운동가가 울려퍼지고 잘살아 보자는 구호에 국민들이 희망의 땀을 흘리던 시절이다.
이렇게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혀야 했던 시절 아파트가 공급되면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마을공터에 사람들이 가득모여 서로 몸을 밀치며 아파트 당첨을 기다렸다.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는 택시요금도 아닌 집값에 '더블'이라는 말이 쓰이기도 했다. 당연히 목숨을 걸고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넘쳐났다. 이때문에 부동산은 언제나 '투자'가 아닌 '투기'라는 말을 꼬리로 달고 다녔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택 정책과 제도는 거의 대부분 가격을 억제하고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 목표가 됐다. 가뜩이나 집이 모자라는데 자기가 사는 집 외에도 집을 한 두 채 더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국민들은 눈을 부라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공급자와 소비자 지위 변경
우리나라의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긴 건 2002년이다. 현장에서는 200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 부동산시장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아파트 시행업체나 건설업체들의 프로젝트 이익률은 20% 가 넘었다. 그러나 점차 이익률이 감소해 2000년대 중후반을 넘기면서 10% 아래로 반토막이 났다.
이전에는 기둥을 세우고 콘크리트만 부어 넣으면 되던 주택이 이제는 빌트인 가전에 첨단 유비쿼터스 홈오토시스템과 고급인테리어가 들어가야 경쟁력이 있게 됐다. 단지에는 보육시설, 헬스장은 기본이고 산책로, 시냇물에 골프장까지 만들어야 소비자들이 눈길을 준다.
이렇게 지금의 주택시장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지위가 완전히 뒤바뀐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 주택제도는 여전히 새마을노래가 울려 퍼지던 시절 소비자가 약자이던 때와 기본 맥락이 달라지지 않았다.
청약제도 폐지, 부가시설 의무 폐지...주택구입에 혜택 줘야
청약제도를 보면 1순위부터 시작해 계속 미달되는 단지가 널렸는데 늘 특별분양, 1,2순위 분양, 3순위 분양을 따로 해야 한다.
집 한채 파는데도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하는데 아직도 집살사람이 나타나도 자녀가 몇명인지를 따져야 한다. 강남이나 대형평형 아파트 단지에는 자녀들이 대게 중고등학생 이상인데 어린이집을 만들어 넣어야 한다. 분양 팜플렛에서만 구실을 하고 막상 입주후 1년만되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헬스장, 휴계시설, 옥상정원 등이 지금도 아파트마다 만들어 지고 있다. 불이 나면 옆집으로 피신할 유일한 통로인 발코니가 모두 메꿔져 피신도 못하고 꼼짝없이 집에 갇혀야 하는 아파트가 마구잡이로 허용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7만세대에 이르는데 이런 팔리지 않은 집을 사려는데도 이미 집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두들겨 맞고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
현장에 가 하루만 있어 보면 대번 알 수 있는 터무니 없는 제도가 수십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은 책상앞에서 나와 하루빨리 현장으로 나와 보셔야 한다.
제도개선도 말만 무성하다 결국에는 일부 항목만 찔끔 개선하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굳을대로 굳어진 소비자들의 침체된 구매심리를 부추기기 위해선 종합적이고 과감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 하우스푸어 문제도 건설사 줄도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치유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근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약력]
▲롯데건설 지원본부 재무ㆍ경리 ▲롯데건설 해외부문 관리ㆍ예산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 개발ㆍ마케팅ㆍ기획 ▲하나금융그룹부동산자문위원 ▲재무인포럼 부회장 ▲건설주택포럼 회장 ▲한국주택협회 운영홍보 위원장 ▲1998년 재경부장관표창(기업구매자금 결제시스템 창안 공적 : 종이어음 대신 전자어음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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