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한파 여파"…정부, 예상세수 6조원 감액할 듯
공기업 지분매각 지연, 세계잉여금 부족 등 '이중고'
세입·세출 투트랙 전략 고수…'지하경제 양성화' 포인트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기준으로 잡았던 올해 정부 예산안이 경기침체 여파로 결국 추경 등 추가재원을 투입하지 않으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가뜩이나 박근혜 대통령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추가재원으로 기존 세입예산에 연평균 6조원 상당의 세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정부입장에서 당초 기대했던 세수조차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향후 경제정책 운용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한 부분을 암시하는 대목. 정부는 줄곧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치고 있으나, 향후 재원부족 현상이 심화될 경우 담배·술 등의 간접세 인상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세수(稅收) '과대추계'…국세수입 6조원 감소될 듯 = 2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박근혜정부 2013년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작년 예산안 발표당시 전망치(216조4000억원)보다 6조원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지난해 정부는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4.0%로 가정했다. 당시 세계경제 침체로 국내 성장률도 2%대가 예고된 상황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부는 국가 재정수입을 이 기준에 맞춰서 고정시켰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3%. 이는 작년 말 예상치(3.0%)보다도 0.7%p 더 낮춘 것이다. 정부는 1년 내 성장률 전망치를 무려 1.7%p나 하향 조정했다.
명목 경제성장률 1%p 차이로 세입은 약 1~2조원 차이가 난다는 것이 조세전문가들 사이의 통설. 이 부분만 봐도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에 따라 약 3조~4조원의 세입부족이 예견돼 왔다.
세수부족 우려는 이미 현실화 된 모습이다. 지난 25일 김덕중 국세청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1~2월 세수현황이 작년과 비교해 6조8000억원(잉여금 고려 시 3조6000억원) 적다"며 올해 세수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조만간 세입전망치를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216조원대로 세수목표를 잡은 만큼, 210조원대로 세입목표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2004년, 2005년, 2009년도 경기악화 등에 따라 세수차질이 예상됐다"며 "올해 (세입)진도율이 좋지 않다는 내부적 정보도 있어 평상시 보다는 세수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안 팔리는 공기업 주식…'세외수입'도 차질예상 =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공기업 주식매각계획도 차질이 빚어져 정부 '자금난'을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당초 산업은행 주식매각으로 2조6000억원, 기업은행 주식매각으로 5조1000억원이 각각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예산안에 포함시켰으나, 현재 마땅한 매입 희망자가 없어 매각대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태다.
더구나 작년 세계잉여금도 3000억원에 불과,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탄력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재원도 불충분하고, 지난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취득세 6개월 연장에 따른 지방세 충당비용(약 1조5000억원)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사용할 만한 재정운용 카드는 마땅치 않다.
상황에 이렇게 되자, 일단 정부는 '추경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세수부족분은 물론 복지공약 이행과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재원을 합쳐 최대 15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실제 정확한 추경금액은 오는 4월 중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오전 기자브리핑에서 "추경예산규모는 세입감소 금액 부분까지 고려한 규모가 될 것"이라면서, 추경 규모가 15조원을 넘어서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답변했다.
□ 세입확충, 세출조정 통해 5년간 135조원 마련 = 정부는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도 일단은 당초 박 대통령이 공약차원으로 제시한 재원확보 방안을 이행하는데 전력투구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이 과거 대선기간부터 제안한 공약이행 재원은 5년간 135조원.
이 중 40%인 53조원은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제도 조정, 세외수입 확대 등을 통해 조달될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정부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중요한 부분은 아직까지 명확한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숨은세원의 보고(寶庫), '지하경제'다.
이를 위해 최근 국세청, 관세청 등 세금 징수기관들은 대기업,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불법 현금거래, 가짜석유, 불법 외환자금세탁 등 지하경제 분야에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각종 세금감면 제도도 예년보다 점진적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재정부는 지난 27일 향후 5년간 15조원 규모의 비과세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또한 오는 8월 기획재정부 2차관과 민간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조세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중장기 세입확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세율인상, 세목조정 등 이른바 직접적 증세방식에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세입여건이 더 악화될 경우 정치권으로부터 증세 논의가 촉발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강력한 세출조정을 통해 예산낭비를 줄이고, 필요한 사업에 적기에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의 효율적인 세출구조 확립을 통해 향후 5년간 81조5000억원의 재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연도별, 분야별 구체적인 세출구조조정 방안은 내달 민관 합동 재정개혁위원회 논의과정을 통해 가시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정부는 재정건전성 기조를 이어가면서 중앙·지방정부 외 공기업 등 공공부분 전반의 부채관리를 강화하고, 유휴 국유재산 활용 및 매각 등을 통해 추가 재정수입을 확보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