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편의치적' 통한 세금탈루 집중조사 '예고'
관세청이 해운업계에 만연된 '불법자금세탁' 혐의에 대한 전방위 조사 착수 가능성을 언급,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관세청은 대표적인 소득탈루 유형인 '편의치적'에 대한 감시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불법행위가 확인된 업체에게 불법외환거래 혐의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국세청에 정보를 제공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편의치적이란 선박에 부과되는 재산세·소득세 등 세금 부담과 선원법 등 각종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tax heaven)인 홍콩, 파나마 등의 현지법인 명의로 선적(船籍)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4000억원대 세금을 추징당하고 법정구속 된 '선박왕' 시도상선 권혁 회장도 해외 조세피난처에 200여대의 대형선박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올려놓고 과세당국의 눈을 속이려다가 적발된 케이스다.
관세청은 지난 1일 선박(船舶) 편의치적 방식으로 1500억원대 외환소득 신고를 누락, 300억원이 넘는 소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밝혀진 D해운법인 대표 A씨에 대한 조사결과를 전격 공개했다.
관세청은 D법인이 파나마 현지에 유령회사를 세워 벌크선 등 19대의 대형선박을 허위 등록한 정황을 포착, 1년6개월에 걸친 내부 조사결과 끝에 혐의를 밝혀냈다. 관세청 관계자는 "파나마 현지에 조사요원을 파견해 해당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국내 귀속소득은 건당 50만불 이상인 경우, 1년6개월 이내 회수되거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되는데 A씨는 이를 어기고 소득을 고의로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A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로 내달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또한 관세청은 D법인의 소득탈루 혐의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 A씨에게 총 332억원의 종합소득세가 추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거액의 세금이 추징된 A씨는 해외소재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강남일대 아파트, 빌딩 등 수십억원대의 부동산 매입과정에서 외투법인에 적용되는 세금특례를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관세청 자체 조사에 따른 정보로 국세청이 거액의 역외탈세 추징실적을 올린 것은 사실상 이번 사례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향후 해운업계 전반으로 조사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번 사례처럼 불법자금세탁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가 주요 점검대상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전국에 해운업체가 180여개 정도 되는데, 이번 사례와 같이 편의치적 방식을 통한 해외소득 미신고 사례가 상당히 있다고 보고 조사범위를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그동안 내부 조사를 통해 수집한 해운업체 등 수출입업체들의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 정보와 국세청 과세정보가 공유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시도상선 사건은 국세청이 밝혀냈고, 이번 사건은 관세청 조사를 통해 전말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국세청과 관세청이 상호 정보교환을 확대할 경우 역외탈세 및 불법 외환거래 분야 대응력이 상당히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