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사고 이후 조급한 신경분리…전산망 분리는 요원
농협중앙회 IT부문 집중…농협금융 자회사 해킹에 취약
2011년 초유의 전산해킹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왜 농협은 꼬리표처럼 '전산사고'를 달고 다니는 걸까?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이례적으로 농협의 전산장애와 관련 기자설명회를 마련했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봤다.
이 자리에서 김수봉 금감원 부원장보는 "IT 문제와 관련해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징계를 내릴 것"이라며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징계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이날 사소한 소동도 있었다. 농협중앙회 직원이 브리핑실 기자석에 앉아 보도자료들을 챙기다가 쫓겨난 것이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농협이 전산사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농협의 신경분리 이전인 2011년 전산 해킹 사고부터 지금까지의 전산사고를 간단히 정리해 봤다.
지난 2011년 4월 12일 발생한 전산 해킹 사고는 이틀 동안 농협의 모든 거래를 중단시키며 관련 부서 임원들이 면책 당하는 등 큰 후유증을 남겼다.
같은 해 농협은 5월과 12월 각각 3시간 40분과 4시간에 걸쳐 인터넷뱅킹과 창구업무, 체크카드 서비스 등의 전산마비 사고를 겪었다.
2012년 2월에도 타은행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터넷뱅킹 마비를 겪었고 5시간 넘게 고객들은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농협은 올해 3월 20일 전산 해킹이 발생하며 1시간 30분간 창구업무가 마비됐다.
더 황당한 사건은 불과 20일 뒤에 전산사고가 재차 발생했다는 것이다. 4월 11일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이 3시간 20분간 중단되는 사고가 난 것.
당시는 금감원에서 전산마비 사고와 관련해 농협에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는 와중이라 더 기가 막혔다.
농협은 지난해 3월 농협금융지주 등을 출범시키며 신용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는 사업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IT부문은 농협중앙회의 업무다.
농협중앙회는 2011년 사상초유의 전산마비 사태를 겪고나서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고, 타 금융회사보다 월등한 IT보안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여전히 해킹의 주요 표적이며 IT보안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질 않고 있다.
다시 3.20 해킹사고와 4.10 인터넷뱅킹 장애 사고를 살펴 보면 그 원인은 분명해 보인다.
3.20 해킹사고는 농협은행 본점 및 영업점의 단말기(PC) 및 ATM기가 악성코드에 감염되어 작동이 되지 않았던 사고로 영업점 PC 2만6000여대와 ATM 1만6000여대가 장애를 겪었다.
사고 원인으로는 농협중앙회 백신 업데이트 서버를 통해 악성코드가 침투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농협의 한 관계자는 "2011년 사고 이후 믿을 만한 국내 보안업체인 안랩에 보안컨설팅을 맡겼는데 백신 업데이트 서버를 통해 악성코드가 침투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를 보안업체의 탓으로 돌렸다.
4.10 인터넷뱅킹 서비스 장애는 농협 인터넷뱅킹 DB서버 장애로 농협은행 및 농협 생·손보 인터넷서비스가 중단된 사고였다.
결국 DB서버의 고장 부품 교체후 정상가동이 되었지만 은행과 여타 자회사와 망 분리가 제대로 안돼 사고를 키웠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11일 김수봉 금감원 부원장보는 "농협은 금융지주와 은행 등 자회사의 전산시스템을 농협중앙회에 위탁·운영하고 있는데, 자회사가 중앙회의 IT 업무처리와 보안통제 부문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결국 당초 예정보다 서둘러 진행한 농협의 신경분리에 IT부문의 분리까지는 포함되지 못했고, 여전히 망 분리가 제대로 안 된 채 농협중앙회에 집중된 IT부문이 사고 확대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에서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징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지만 오히려 농협 내부 반응은 '다소 생뚱 맞다'는 식이다.
16일 농협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IT업무는 농협중앙회에서 하고 있는데 전산사고를 이유로 금융지주 회장을 징계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야기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농협 전산사고로 인한 고객 피해는 있었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농협금융에게 묻는 것은 억울하다는 항변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