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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한지 한 달 남짓된 백운찬 관세청장은 그동안 관세청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다소 느슨해진 조직의 응집력을 극대화하고 조직원들이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살아있는 조직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백 관세청장은 지난 15일 서울본부세관 집무실에서 조세일보(www.joseilco.com)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조직 자체가 다소 느슨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관세청을 조금 더 활기차게 만들면 좋은 국가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관세청에 와보니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있는 것 같더라. 스스로 평가를 받으려고 노력을 안 한 부분도 있다"며 "하지만 관세청은 전체 국세의 32%인 69조3000억원의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관세청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백 관세청장은 부처 간 높은 칸막이 문제를 꼽았다.
그는 "관세청에서는 매일 무역 수출입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통계를 첫 번째로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먼저 발표하고 우리가 보름 후에 확정치를 발표한다. 속보가 중요한 이 시대에 이런 것은 공동으로 발표하는 것이 맞지 않나. 우리가 해서 갖다주는 것은 '협업' 측면에서 봤을 때 맞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마약 수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작업을 다해서 검찰에 넘기지만 검찰은 세관하고 공동으로 협조해서 잡았다고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언론들은)관세청의 감시를 뚫고 마약이나 비아그라가 들어왔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와 국세청과의 자료공유 문제와 관련해선 "관세청이 FIU에서 제공받는 정보는 관세 범칙조사 등에 매우 유용하지만 제공율이 낮다. 국세청도 마찬가지"라며 "FIU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연간 관세포탈 세액 약 3500억원을 추징하고 불법외환거래 5조원 규모를 추가 검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사 문제에 대해선 "균형있게 인사를 할 것이다. 고시와 비고시, 본청과 지방근무 똑같이 균형을 맞출 것"이라며 "비고시 출신이라고 해서 손해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인사가 마무리 되면 고시 출신이 혜택을 받는다는 얘기는 안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및 사진 : 이희정 기자, 김용진 기자(사진)
Q.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도 있다. 관세청 내부에서는 고시 출신이나 본청에 있는 직원들의 승진이 빠르고 비고시 출신이나 지방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홀대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를 해결할 복안이 있나.
= 균형있게 인사를 할 것이다. 고시와 비고시, 본청과 지방근무 똑같이 균형을 맞출 것이다. 비고시 출신이라고 해서 손해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인사가 마무리 되면 고시 출신이 혜택을 받는다는 얘기는 안 나올 것이다.
관세청 직원들과 식사를 하다 들은 이야기다. 직원들이 내게 관세청도 내부승진을 해야지 상위기관에서 내려온 이들을 우선하는 식으로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도 비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왔지만 난 줄을 잘 서서 온 사람이 아니고 실력을 가지고 온 사람이다.
일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첫 인사니까 충분히 걱정 안하도록 하겠다.
인사가 마무리 되면 전국 세관장 회의를 개최하고, 그 이후부터는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뛰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조직 자체가 느슨해져 있었다. 관세청을 조금 더 활기차게 만들면 좋은 국가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관세청은 우리나라 세수실적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징수기관이지만 아쉽게도 국세청에 비해 인력도 적고 그 중요성 또한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시각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린다.
= 관세청에 와보니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평가를 못 받고 있다. 대부분 관세를 별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관세청은 전체 국세의 32%인 69조3000억원의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이것이 잘 안 알려진 탓이 있다.
한 예로 관세청에서는 매일 무역 수출입통계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통계를 첫 번째로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먼저 발표하고 우리가 보름 후에 확정치를 발표한다. 속보가 중요한 이 시대에 이런 것은 공동으로 발표하는 것이 맞지 않나. 우리가 다해서 갖다주는 것은 협업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 맞지 않다.
마약 수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작업을 다해서 검찰에 넘기지만 검찰은 세관하고 공동으로 협조해서 잡았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들은)관세청의 감시를 뚫고 마약이나 비아그라가 들어왔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아니지 않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을 때 이런 말을 했다. 군인과 경찰 다음으로 제복을 입은 단체는 우리(관세청)이고, 그 뜻은 다른 기관과 달리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어느 조직보다 클 수 있다고 했다. 관세청은 잘 리드만 해주면 좋은 기관이 될 수 있는 곳이다.
Q. 청장님이 강조하셨던 것이 줄곧 금융정보분석원(FIU) 및 국세청과 자료 공유문제에 대한 것인데, 이 문제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자료공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관세이 FIU에서 제공받는 정보는 관세 범칙조사 등에 매우 유용하지만 제공율이 낮다. FIU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면 활용으로 연간 관세포탈 세액 약 3500억원이 추징이 가능하며 불법외환거래 5조원 규모를 추가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수출업자들이 밀수출을 할 때 수출입신고를 안하고 일본으로 돈을 빼돌린 경우도 있다. 수출한 돈을 받아가지고 공항에 엔화로 가지고 들어온다. 보통 1000달러 이상의 돈을 국내로 유입하거나 해외로 유출할 때는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외환자율화라고 해서 돈을 유입하는 것에 대해선 거의 제재를 안한다.
대개 사업자금 투자자금이라고 하면 그냥 들어온다. 그런데 그 돈을 가지고 사업에 투자하는게 아니라 환전상에게 가져가서 원화로 바꾸고 밀수출 업자들에게 가져다줘 수수료를 받고 그런다. 만약 세관 직원이 FIU 자료를 가져와서 보면 이 사람이 사업을 하는지 안하는지 바로 알게 된다.
실제로 어떤 사람 뒤를 캐보니 십수개 기업에 대해 환치기를 하고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과의 자료공유도 마찬가지 문제다. 관세조사는 수입비중이 크고 국내외 본·지사간 거래 등을 이용하는 무역업체가 주요 대상인데 현재 국세청에서 제공받는 자료는 극히 제한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해 활용도가 낮다. 구체적인 과세정보를 공유 확대함으로써 신규 세원발굴을 통한 세수증대가 필요하다.
Q.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이로 인해 늘어나는 관세청의 역할을 감안해 조직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 관세청 직원은 4550명으로 20년전인 1993년도에 비해 25명이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관세와 부가가치세 징수 외에 마약·총기류 등의 테러물품 밀수방지, 유해 불량 수입식품․의약품 수입차단과 더불어 지하경제 양성화와 FTA의 최종 집행 등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고 있어 힘든 상황이다.
다른 공무원 조직을 보면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상황이 힘들더라도 8시간을 근무하고 쉬는 등 대부분 3교대를 한다. 2교대를 하는 조직은 우리 밖에 없다. 비행기나 배가 밤새도록 들어오기 때문에 야간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인원이 모자라 2교대를 한다.
그러면서도 월급은 더 못 주고 있다.
기관별로 보면 지난해 과로사 한 직원이 우리 기관이 제일 많다. 지난해 9명이 죽었고 최근 5년간 29명이 사망했다. 비행기 들어오는 것을 밤새도록 봐야하고 밀수도 단속해야 하고 상당히 어려운 여건이다.
[Inside Interview-사람의 '香']
"공직자는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 '잘' 해야"
'골프' 보다는 '국선도'…"건강관리에는 만점"
백운찬 관세청장은 관세청장 자리에 오른 지 꼬박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던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 받았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는 그의 평생 반려자인 부인(송은혜氏)도 함께 참석했다.
그는 "와이프와 나는 동향(경남 하동)이다. 해군 중위로 근무하던 시절 소개를 통해 만났는데 맺어지지 않았다. 이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수습을 받던 시절, 정말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나 결혼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만날 인연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와이프가 가끔 '당신 아니었으면 지금 부자집 사모님으로 살았을 것'이라며 바가지를 긁는다. 임명장 받을 때 박 대통령에게 '오늘 임명장 수여식에 와이프를 함께 참석하게 해줘서 감사하다. 한 동안 바가지를 긁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며 웃었다.
백 관세청장은 평소 투철한 '공직관'의 소유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박 대통령이 소감을 한 마디 하라길래 '열심히 하겠다. 그리고 '잘' 하겠다'고 했다"며 "공직자는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유학시절 골프를 배운 그는 한 때 '장타자'로 이름을 날렸다고. 하지만 요즘은 골프를 끊고 국선도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10여년의 수련을 통해 국선도 정각도(검은 띠)과정을 이수한 '고수'. "건강관리에는 국선도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큰 딸과 아직 고등학생인 늦둥이 아들을 둔 가장인 그는, 직장에서는 '카리스마 백'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강성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집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자식들에게 약해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라고.
[약력]
▲1956년 ▲경남 하동 ▲진주고-동아대 법학과-위스콘신대 공공정책학 석사-서울시립대 세무학 박사 ▲행시24회
▲국세청 진주세무서, 재무부 증권국 증권정책과, 증권발행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파견), 재정경제부 세제실 조세지출예산과장, 소득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파견, 재경부 근로장려세제추진기획단 부단장, 부동산실무기획단 부단장, 기획재정부 관세정책관, 재산소비세정책관,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장,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