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실명 공개될 가능성 높아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금융계좌 중 한국인과 관계된 계좌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명단 공개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약 70여 명의 한국인 금융계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개 범위와 계좌 보유자들의 면면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제러드 라일 기자가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 일부 한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 따르면 버진아일랜드에 계좌를 가진 사람 중 한국인의 이름이 상당수 포함됐다.
ICIJ는 버진아일랜드 금융 계좌를 보유한 인사들의 명단 입수 사실을 최근 보도한 바 있으며, 라일 기자는 관련 자료를 최초로 입수한 호주의 탐사 전문기자다. 그는 지난 15개월 동안 ICIJ와 협력해 조세피난처의 실태를 추적해 왔다.
라일 기자는 인터뷰에서 "중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버진아일랜드에 계좌를 보유한 사람 중 한국인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일부는 동일 인물의 중복일 수 있지만 70명 정도의 관련자가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명단 공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인 관련된 금융계좌의 분석 작업은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계좌 보유 자체만 가지고 탈세와 연관돼 있다고 확정할 수 없고, 동일인이 여러 개의 계좌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분류작업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ICIJ측은 일단 세르비아, 스웨덴 등의 분석 작업을 끝마친 뒤 한국, 오스트리아, 폴란드, 터키 등의 검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상반기 중, 늦어도 올해 안에는 버진아일랜드에 금융계좌를 보유한 한국인 실제 명단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과세당국은 이번 명단공개 여부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국세청, 관세청의 역외탈세 조사과정에서 버진아일랜드 이름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2년 동안 10억원 초과 금융계좌에 대해 자신신고를 받았으나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금융회사와 관련해서는 단 한건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관련 명단 입수를 시도했지만, ICIJ측의 거부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 명단 확보여부를 묻는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의 질의에 "정보제공을 요청했지만 ICIJ측에서 정부당국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해서, 다른 채널을 통해 계속 접촉 중"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국세청은 비공식 채널을 통한 명단 입수활동을 지속하되, 실제 공개될 경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버진아일랜드 계좌보유자의 이름이 모두 탈세는 아니겠지만 상당한 개연성은 있다고 본다"며 "명단이 확보되면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탈루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ICIJ에 따르면 버진아일랜드 금융계좌 명단에 일부 북한 측 인사의 명단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공개시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