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국공인회계사회
대형 회계법인들이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다.
국내 회계시장은 지난 2011년의 경우 약 1조 85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주력사업인 회계감사 부문의 매출이 전체의 38.1%를 차지하고 있고 컨설팅 분야가 36.9%, 세무 분야가 25.0%로 되어 있다.
회계감사가 회계법인의 주요 수입원이지만 회계감사 시장 규모는 크게 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이다. 이 때문에 회계법인 빅4도 회계감사 분야에서 곤경에 처하게 됐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회계산업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GDP(국내 총생산)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와 미국의 회계산업이 GDP 대비 각각 0.91%, 0.73%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0.1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중국의 0.13%에 비해 0.05% 높지만 인도나 싱가포르에 비해서도 크게 뒤쳐져 있다.
즉 국가나 기업이 회계의 투명성 등을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입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 규모가 적다는 것을 뜻한다.
3월결산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의 45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회계감사 부문은 1584억원으로 전체의 27.5%에 그쳤다.
반면 컨설팅 부문은 1927억원으로 전체의 50.2%를 기록했고, 세무 부문이 942억원으로 19.3%를 차지하고 있다.
삼일은 2012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회계감사 부문에서 매출액이 1600억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내외의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감사부문에서는 성장동력을 거의 잃은 셈이다.
세무 부문 매출은 이 기간중 1040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10% 상당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컨설팅 부문도 실적부진으로 인해 전체 매출액 성장률은 전년도에 비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성장률이 그동안 두자리수 성장에서 한자리수 성장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정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도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사정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 인력 구조조정부터 출장비 절감까지…사무실 공간 축소도
회계법인들은 이같이 경영여건이 어렵게 되자 강도 높은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고 일부 회계법인은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은 오는 6월 연봉계약을 하기 전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긴축경영에 들어갈 것을 검토중이다.
삼일회계법인은 그동안 개인별로 실적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개개인의 실적이 구조조정을 판가름짓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이 실시될 경우 임원과 직원 모두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삼일에는 140여명의 이사급 임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컨설팅 부문에서의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이 부문의 인력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컨설팅 분야 수익성이 정체돼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정은 2010년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베어링포인트를 인수ㆍ합병하는 등 컨설팅 사업에 주력했지만 기업들이 외주 용역을 줄이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안진회계법인도 시장상황에 따라 인력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3~4년전 구조조정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한영회계법인은 당분간 구조조정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회계시장이 위축되면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그다지 많지 않다.
회계법인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사무실 임대료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회계사들은 업무 특성상 용역을 수주한 회사로 출근하는 외근이 많아 자체 사무공간을 넓게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LS용산타워에서 현재 사용중인 12개층에서 일부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1개층만 줄여도 연간 20억원 가량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삼정회계법인도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 내 사무실 일부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직원들의 해외 출장 자제와 마케팅 경비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시키면서 경비절감에 나서고 있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회계시장 규모가 커지지 않는다면 회계법인들은 어쩔수 없이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면서 “올해 새롭게 취업을 준비하는 공인회계사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