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직원 1명당 처리하는 조세불복 청구사건 건수만 무려 122건.
야근을 하지 않는 날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인 조세심판원 직원들의 업무량은 '일복이 터진 중앙부처 공무원들'만 모여있는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도 단연 최고로 알려져 있다.
일반 국민들의 억울한 세금문제를 해결해주고, 과세관청의 잘못된 세무행정을 똑바로 바로 잡아주는 조세심판 분야의 최고전문가들이 모인 엘리트 집단이지만, 그들이 하는 일과 업무환경은 '3D 업종'이 따로 없다.
최근 조세심판원에는 그야말로 일감이 몰리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공평과세 실현을 목표로 국세청 등 과세관청의 세무행정이 강화되며, 납세자들이 접수하는 심판청구 사건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판원은 현재 법원소송 이전에 반드시 행정심판을 거쳐야 하는 조세불복 사건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납세자들은 과세관청의 과도한 징세행위 등에 대해 조세심판원, 국세청, 감사원 등 3곳의 행정기관에 조세불복 심판․심사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기준 국세 부분 불복사건의 경우 심판원에서 처리한 사건만 5160건(84%)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세청에 접수된 사건은 876건(14%) 밖에 되지 않고, 감사원에서 처리한 사건은 107건(2%)에 불과하다.
심판원에서는 국세뿐만 아니라 지방세 관련 불복사건도 처리하고 있어, 실제 심판원 직원들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3년 동안 심판원에서 처리한 심판청구 건수는 지난 2010년 5373건, 2011년 6296건, 2012년 6444건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심판청구 사건은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지만, 사건을 처리해야 할 인력은 전혀 보충되지 않고 제자리를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심판원 직원 수는 몇 년째 한결같이 11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심판원의 정원은 114명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4명이 결원으로 현재 단 110명의 '일당백' 용사들이 우리나라 납세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중책을 떠맡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1년 동안 심판원 직원 1인당 처리하는 심판사건 건수만 58.4건에 달한다.
하지만 기능직, 행정직 등 직접적으로 심판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직원들을 제외하면, 실제로 심판청구 사건을 처리하는 직원 수는 50여명에 불과하다.
1년 동안 심판청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1인당 처리하는 조세불복 사건 건수는 무려 122건에 달하는 실정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심판청구 사건을 3일에 1건 꼴로 해결해야 하는 등 업무부담이 상당해 야근을 밥먹듯이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심판원 직원들의 업무량이 폭증함에 따라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한 심판청구 사건처리 기간도 법정기한에 비해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심판원의 심판청구 1건당 처리 기간은 167일로서 지난 2010년 216일, 2011년 181일에 비해 상당히 단축됐다.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소액사건 신속처리 등 업무처리절차에 효율성을 높여 자체적으로 달성한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아무리 빠르고 정확하게 사건을 처리하려고 노력해도 한계는 있는 법. 현행 세법상 심판청구 처리기한이 90일 이내로 정해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심판원에서는 법정처리기한보다 무려 70일 가까이 심판청구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심판원 안팎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심판원 직원 수를 늘리는 등 조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임기 5년 동안 총 135조원의 국정과제 이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인 만큼, 향후 심판원에 접수될 심판청구 건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급증할 전망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업무처리 절차를 효율화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사건처리 기간을 단축시켜 왔지만, 법정 처리시한에는 한참 모자라는 등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 시행으로 조세불복이 급증할 것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