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금융감독원
“IMF 경제위기 시절이 그리워질 때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투명한 재무제표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회계감사 일거리가 쏟아져 들어왔고 M&A(기업인수합병) 물량도 많았습니다. 밤새도록 일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넉넉한 보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고위 임원들은 한결같이 IMF 시절이 좋았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국민들은 IMF로 고통을 받았지만 회계법인들은 오히려 돈을 더 잘벌던 때였다.
IMF이후 잘 나갔던 회계법인에 경고등이 하나 둘씩 켜지고 있다. 회계법인은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지거나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면 호황을 맞게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기업이나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지면 M&A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거리가 넘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기 때문에 경영 컨설팅 분야에서도 수요가 몰리게 된다. 여기에 IMF 시절에는 ‘회계감사 특수’라는 적지 않은 수입원도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완만하게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면 물량도 점점 줄어들 뿐만 아니라 동종업체들의 과당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예전같은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회계법인들이 가장 힘든 시기는 경제성장률이 서서히 내려가는 장기 불황조짐을 보일 때이다.
회계법인들은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반짝 특수효과를 누리긴 했지만 그 이후 점차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경제구조 속에서 살림이 그다지 나아지지 못했다.
회계법인들은 또 2010년부터 도입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기대를 걸었으나 매출 향상에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수입원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잠재성장률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자료 : 금융감독원
■ 회계법인 빅4, 덩치만 컸지 실속없는 장사
회계법인 빅4는 매출액 규모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순익을 기록하고 있어 덩치만 컸지 실속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들은 대부분 3월결산법인으로 되어 있는데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의 매출액은 4587억원이며 순이익은 74억원으로 되어 있다. 이 기간중 기업의 최종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매출액순이익률은 1.6%에 불과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2012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매출액은 201조1036억원, 순익은 23조 8452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중 매출액순이익률이 무려 11.8%에 이른다.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순이익률도 삼성전자에 버금간다. 현대자동차의 2012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매출액은 84조 4697억원이며 순익은 9조 562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순이익률은 10.7%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순이익률이 삼일회계법인에 비해 각각 7.3배, 6.6배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안진회계법인은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250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1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 기간중 매출액순이익률은 0.8%에 불과하다. 삼일회계법인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삼정회계법인은 그래도 빅4 가운데 가장 내실있는 장사를 했다. 이 기간중 삼정의 매출액은1784억원이며 순익은 38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순이익률이 2.1%에 달한다.
한영회계법인은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 기간중 한영의 매출액은 1310억원이며 순익은 2억원에 그쳤다. 매출액순이익률은 0.1%에 불과하다.
회계법인들의 경영실적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비해 초라한 모습이다. 외형만 컸지 내실이 없기 때문에 헤쳐나가야 할 앞길이 결코 만만치 않다.
삼일회계법인은 회계사 2583명을 포함해 3415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안진은 회계사 1250명을 포함해 직원수가 1967명이다. 삼정은 회계사 1028명을 포함 1586명의 직원을 갖고 있다. 한영은 회계사 750명을 포함, 직원이 913명으로 되어 있다.
수익은 갈수록 줄고 있고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부양해야 할 가족들은 여전히 많다. 회계법인들의 고민이 쌓아져만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