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과 금융 감독을 수행하는 금융감독원.
금융시장이 발달하고 산업이 성장하면서 두 기관의 역할과 책임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물가가 안정되고, 금융회사가 안전하게 운영되는 것은 이들의 업무 수행이 얼마큼 제대로 이뤄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중책을 맡고 있는 두 기관의 직원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한은이나 금감원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와 다르게, 이들은 서로 뚜렷한 개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굳어 온 사내 문화나, 업무의 특성상 달라지는 성격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남성 직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두 기관의 직원들은 옷차림에서도 그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낸다고 해 눈길을 끕니다.
예를 들어 한은 직원들은 흰색 셔츠와 무채색 넥타이를 선호하는 반면, 금감원 직원들은 분홍색, 하늘색 등 다양한 색의 셔츠와 줄무늬나 체크무늬 등 각양각색의 넥타이를 즐겨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직원들이 전부 다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업무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연구를 주로 하는 한은 직원들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모범생과 같은 얌전한 성격이 형성되고, 반대로 금융회사 현장 검사를 직접 하거나 외부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금감원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한은의 한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밖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직원들의 옷차림을 보면 거의 비슷한 스타일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과거부터 전해 오는 일화도 있다고 합니다.
금감원 초대 원장인 이헌재 전(前) 원장은 직원들에게 개성 있는 옷차림을 항상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의 부인은 미술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인지 직원들에게 똑같은 색의 셔츠 대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옷차림을 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정착된 개성 있는 문화가 15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한은은 금감원의 전신(前身)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외환 위기를 계기로 금융 감독 체계의 통합이 국제적으로 요구되자 당시 한은 산하에 있었던 은행감독원이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과 합쳐져 지금의 금감원이 탄생한 것입니다.
한때는 금융회사 공동 조사권을 두고 두 기관이 갈등을 겪은 일도 있지만,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한국의 금융이 세계 무대에도 우뚝 설 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