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납세자 권리구제 '균형점' 찾는다"

박근혜 정부가 140개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5년 동안 총 135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축소 등 세입확충 노력을 통해 53조원의 복지공약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대표되는 세입확충 정책으로 국세청을 비롯한 과세당국의 세무조사가 확대되는 등 세무행정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세무조사 및 세금부과에 반발한 납세자들의 조세저항으로 조세불복 사건도 더욱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과세관청의 잘못된 세법 해석·적용을 바로잡고, 납세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조세심판원'의 역할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박근혜 정부 초대 조세심판원장으로 임명된 박종성 조세심판원장도 과세당국의 세입확충 노력으로 납세자 권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지난 4월 심판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과세관청의 세무행정 강화에 발맞춰,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한 심판원 본연의 업무에 가장 큰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는 이유다.

박 원장은 국세청 등 과세당국의 잘못된 세법 해석과 적용을 조속히 시정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이 조세심판원의 당연한 책무이자 역할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앞으로 세무조사 확대 등 세무행정 강화에 따라 납세자들의 심판청구 사건이 급증할 전망이지만,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한 심판결정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

다만 박 원장은 조세심판원 또한 정부에 소속된 행정기관의 하나인 만큼, 정부 정책의 큰 틀과 방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도 전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과 심판원 본연의 역할인 납세자 권리구제 기능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겠다는 의지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조세정의·공평과세 실현과 납세자 권리구제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박종성 조세심판원장과 인터뷰를 갖고, 그가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심판업무 추진계획 및 심판원 발전방향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2편으로 나눠 보도한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 장은석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Q.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조세심판원장으로 임명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여러 모로 어려운 시기에 납세자 권리구제의 선봉장인 심판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텐데,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조세심판원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출범했지만, 그 시작이 되는 1975년 국세심판소로부터 헤아리면 4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조직이다.

다른 부처와 달리 조직 규모에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그 시작부터 조직의 형태나 업무 방식 등에는 큰 변화가 없는 곳이어서, 말 그대로 납세자 권리구제에 대한 깊은 지식과 많은 경험이 모인 곳, 아카이브라 할 수 있다.

새 정부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등을 국정기조로 삼아 임기 내에 추진할 140개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향후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과세관청은 재원조달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세수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앞으로 조세심판원이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대한 소중한 전통을 유지·발전시키되,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탈피하는 등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근본적 목표인 '납세자 권리구제'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원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Q. 말씀하신 대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135조원의 국정과제 이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입확충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안팎에서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확대 등 세입징수 강화로 납세자들의 조세불복 사건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심판원 역할이 매우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이는데.

☞ 과세관청의 세법 해석과 적용에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이를 지적하고 조속히 시정해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조세심판원의 당연한 책무이자 고유한 기능이다. 앞으로 세입확충을 위한 세정활동이 강화될 것이지만, 그것이 납세자 권리구제 기능을 소홀히 하거나 심판결정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국무총리에 소속된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준사법적 기능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정부정책의 큰 틀과 방향을 이해하고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세요건상의 사소한 흠결과 자구의 해석에 집착해 공평한 조세부담 및 이를 통한 사회정의 구현을 저해할 소지가 있는 심판결정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조세심판원은 구체적 타당성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지만, 관련 법령을 입안했던 행정부의 정책 취지 등도 아울러 고려하는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Q. 조세심판원도 정부부처이기 때문에 세수부족이 예상되는 현 상황과 납세자 권리구제라는 본연의 역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많은 고민을 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조세심판원도 기본적으로 행정부 소속기관이기 때문에 준사법적 기능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정부정책의 큰 틀과 방향을 이해하고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조세심판원과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공평한 납세의무 실현을 위한 기관으로 협력관계에 있다.

외견상 실질과세에 따른 공평한 과세를 주창하는 과세관청과 조세법률주의에 따른 엄격한 해석 및 적용을 강조하는 조세심판원은 상호 대척적인 입장에 선 것으로도 볼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양 기관은 납세자의 공평한 조세부담, 이를 통한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면서 효율적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관계다.

조세심판원은 앞으로도 과세관청의 잘못은 신속히 바로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납세자의 공정·타당한 납세의무 실현을 위한 과세당국의 입장도 함께 고려할 것이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