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금융감독원
감사원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통보에 가장 큰 당혹감을 감내하고 있는 이들은 재계(財界)다. 감사원의 통보에 따라 국세청이 과세권 행사에 나설 경우 생각지도 못한 세금폭탄 '불똥'을 맞게 될 것이 뻔한 재계는 말 그대로 부글부글 속을 끓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감사원이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이하 완전포괄주의) 적용 대상으로 지목한 9개 기업(현대글로비스, SK C&C, CJ, 롯데쇼핑, GS, 동국제강, 신세계, STX, 대선주조)는 그야말로 '초비상' 상황이다.
국세청이 과세권 행사에 나설 경우, 이들 9개 기업 지배주주 등을 포함해 지난 2004년 이후 유사한 형태로 특수관계법인 등에 일감을 몰아준 기업들에게 떨어질 세금(증여세) 규모는 최대 2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누가, 얼마나 두들겨 맞게 되나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이들 9개 기업을 중심으로 완전포괄주의 적용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액을 분석한 결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가장 많은 1041억원 상당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받게 될 것으로 추산됐다.
정 부회장은 2004년∼2012년까지 현대글로비스의 영업이익분에 대해 965억원, 이노션에 대해 76억원 등 증여세가 각각 부과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493억원, 이노션 34억원 등 527억원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부과받게 될 전망이다. 또한 정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76억원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낼 처지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SK C&C의 영업이익에 대해 증여세 611억원이 부과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탈세 등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CJ그룹 광고 일감을 도맡아 얻은 영업이익에 대해 63억원의 증여세가 부과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이재환 대표는 이 회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27개의 신세계 그룹 기업 중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되는 회사는 과세해당 기간 매출의 71%를 관계기업과 특수 관계인에게 의존하고 있는 신세계건설과 약 67%를 기대고 있는 SI 기업인
신세계 I&C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세계건설의 지분 9.49%를 갖고 있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부과될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22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GS그룹의 경우에도 지난 2006년 설립한 GS아이티엠이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액의 80% 안팎으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GS 허창수 회장의 5촌인 허서홍 씨가 지배주주로 13억원 상당, 나머지 GS그룹 4세들도 증여세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자료 : 금융감독원
'벌집'된 재계, '집단소송'으로 맞불 놓는다
감사원의 과세통보를 국세청이 이행에 나설 경우,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세금을 맞게 될 재계는 각개전투와 별개로 필요시 '공동전선'을 구축해 총력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증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조세법률주의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따라 구체적인 요건인 과세대상, 납세의무자, 과세표준 등이 미비 됐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기준이 명확해진 2012년 거래분부터 과세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기획재정부의 법안 마련 및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서도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하고 2012년 거래분부터 과세하기로 합의된 사항"이라며 "이제 와서 제3자인 감사원이 이 문제를 들고 나와 혼란을 초래하는 속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계는 감사원이 과세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는 최대주주의 수혜이익을 영업이익이 아닌 주식가치 증가분 전체로 본 것도 무리한 발상이며 자칫 기업을 '공중분해'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만 해도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주식가치 증가분을 과세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초법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감사원의 주장이 반영된다면 기업들이 사업을 할 의욕을 잃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현재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세청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과세권 행사에 대비, 극비리에 수차례 모임을 갖고 공동대처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과세대상으로 지정한 한 기업은 대형 로펌에 법률자문을 구하는 등 과세권 행사에 대비한 법률 검토를 마친 상황. 해당 기업 관계자는 "감사원의 과세주장은 법리상 여러 부문에서 소급과세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국세청이 소급과세를 강행할 경우 (다른 기업들과 함께)집단소송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로펌들의 의견을 토대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소급적용이 패소할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법원 소송시 기업의 인력 및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명확한 방침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