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도입된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가 내달 본격 작동을 앞두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는 2012년 사업연도 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발생한 수익증대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방안이다. 도입 논의 당시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정상 작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 도입 이전, 2003년 도입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계기로 2004년 이후 거래분에 대한 과세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국세청에 과세방안을 마련해 과세권 행사에 나서도록 통보한 상황이다.
현재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부분과 관련한 논란이 한창이다. 감사원의 과세 논리가 실제 과세권 행사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한 관련 기업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조세전문가들은 과세당국이 감사원 논리를 토대로 과세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4가지 법적 문제점(과세요건 명확주의 위배, 소급과세, 이중과세, 미실현이익 과세의 여부)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 소속된 10명의 조세전문가들과 인터뷰를 갖고 '감사원發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논란'의 핵심인 4가지 법적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인터뷰에는 서울시립대 박훈·전병욱 교수, 한양대 오윤 교수, 숭실대 전삼현 교수, 인천재능대 김용민 교수, 법무법인 화우 전오영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박영욱 변호사, 참여연대 조수진 변호사(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Q. 감사원이 주장하고 있는 2004년 이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소급과세로 볼 수 있을까.
전병욱 교수 : 정부가 소급과세를 하려면 과세 대상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어야 한다. 즉, 과세표준의 계산이 가능해야 하는데 2011년 세법 개정 이전에는 과세 대상의 특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2004년 이후 거래부분에 대한 과세는 소급과세의 문제가 있다.
전삼현 교수 : 헌법에서 소급과세를 금지하는 것은 과세 당국의 자의적인 과세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더욱이 법 개정 시 2012년 1월 이후의 거래부터 적용할 것을 명시한 바 있다.
오윤 교수 : 일감몰아주기에 관한 증여세는 증여를 '의제'하는 것이다. 즉, 본질은 다르지만 법률에서 동일한 것으로 보는데 증여를 이에 포섭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소급과세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김용민 교수 : 2003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개정으로 증여의 개념이 포괄적으로 규정,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됐다. 일감몰아주기를 증여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으나, 법률에 구체적인 증여 시기, 증여 이익의 계산 등 과세 요건이 미비해 그동안 과세를 못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2011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도입할 때 국회에서 2012년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따라서 2004년 이후 거래에 대한 과세는 소급과세 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전오영 변호사 :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어느 규정을 과세의 근거로 삼느냐에 따라 소급과세 문제는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만일 민법상의 증여 개념과 구별되는 세법 고유의 포괄적 증여로 정의, 완전포괄주의 제도를 도입한 2003년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근거로 과세하면 이는 소급과세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증여세를 부과하려면 과세 대상, 과세 요건, 이득의 산정 방법 등이 명확해야 하는데, 현행 일감몰아주기 과세 조항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2003년의 완전포괄주의 조항만을 근거로 과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박영욱 변호사 : 감사원은 2004년부터 존재한 완전포괄주의, 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과세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지, 소급과세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 자체로는 소급과세에 해당하지 않는다.
문제는 지난해까지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관한 규정이 없었고 이는 기존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도 포섭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2012년 이전에 납세자가 현행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형태의 과세가 가능할 것으로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다. 이러한 면에서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예측 가능성이 없는 법 적용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유철형 변호사 : 2004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이론상 가능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2012년 이전에 발생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어렵다. 규정에 대한 위헌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박훈 교수 : 2011년 12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 이전의 거래에 대해 소급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2003년 기업집단의 변칙 증여에 대한 대응으로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됐다는 점에서 과세할 근거는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수진 변호사 : 이 문제는 2004년 규정이 과연 과세 가능한 정도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었는지의 문제다. 즉, 규정에 따라 과세할 경우 조세법률주의나 과세요건 명확주의 위반이 아닌지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조세법률주의란 얼마나 명확해야 하는가.
조세법률주의의 핵심은 납세의무는 납세의무자, 과세물건, 과세표준, 세율이 미리 법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규정돼 있어야하는 것인가가 문제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국회가 만든 법률에 모든 내용을 다 담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정 범위에서는 대통령령이나 부령 등에 위임하는 것이 세법에서도 가능하다.
법을 보고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만 규정돼 있으면 되는데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조세 법규가 조세법의 일반 이론이나 입법 취지에 비춰서 그 의미가 분명하면 명확성을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2004년의 완전포괄주의에 기존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규정들을 모두 합해 해석하면 되는 것. 충분히 과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볼 때 2004년 이후 거래에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소급과세가 아니다.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증여라면 당연히 과세가 가능하고 이것은 소급과세로 보기 어렵다.
다만 과세액을 계산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이다. 증여액이 얼마로 계산돼야 할 것이냐에 대해 국세청이 해석을 내려야 한다.
채이배 연구위원 :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임무 해태로 과세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완전포괄주의 자체가 행위를 일일이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도입된 것인데, 증여 시기와 이익 산정의 규정이 없다고 과세할 수 없는 것은 완전포괄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국세청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