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낮은 곳으로 옮겨가고 싶은 것은 회사나 개인 모두 공통된 희망사항이다. 가진 것에서 덜 내어 놓으려는 것은 본능이라 할 수 있다.
국가 또한 이같은 납세자들의 심리를 알기 때문에 절세라는 명분으로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도록 세제와 관련한 혜택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납세자가 한 순간 선을 넘어서면 탈세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탈세와 절세라는 줄타기 자체가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나 과세당국은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설립했다는 사실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는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해서는 탈세 혐의가 있는지 부단한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회사나 개인은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설립하는 순간 피난처로 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국환거래법,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관세법, 자본시장통합법, 외부감사법, 상법 등 외환 및 회사와 관련된 법의 적용 여부를 저울질 받게 되는게 현실이 되었다.
회사나 개인 모두가 관련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으면 언제라도 실정법을 저촉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되고 이익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탈세의 의혹마저 받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직원 개인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뉴스타파의 폭로로 한바탕 곤혹을 치르고 있다.
뉴스타파는 "외환위기였다고 해도 공적자금 회수가 목적이라면 예보 이름으로 만드는 것이 정석"이라며 "수천만 달러의 금융자산이 직원 개인 명의의 유령회사와 해외계좌로 오고 갔다면 금융사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예보를 감독해야 할 금융위원회나 국회가 페이퍼컴퍼니의 존재 자체를 까맣게 모른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예보측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은 당시 삼양종금의 해외자산을 환수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라며 “탈세나 부정적 거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맞섰다.
예보측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경우에 따라선 국세청 세무조사 뿐만 아니라 검찰 조사로까지 확대되고 진위를 가리기 위한 법적 공방마저도 예상되고 있다.
국제조세 전문가들은 “회사나 개인이 외환거래와 관련한 모든 법들을 숙지할 수 없기 때문에 조세피난처에 회사 설립 전 단계부터 로펌이나 회계법인 소속 전문가들과 충분한 상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
■ 로펌·회계법인 국제조세 전문서비스 사업 강화… 인재도 영입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의 항소심 3차 공판에선 수천억대의 탈세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 대한 법적 공방이 뜨거웠다. 이 사건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회사나 개인들이 추후 국세청 세무조사 및 세금징수와 검찰 고소·고발 등으로 겪게 될 선례가 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 관계당국은 역외탈세 혐의자와 조세피난처를 통해 불법으로 외환을 거래한 혐의가 있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상황속에 로펌과 회계법인들은 역외탈세나 이전가격 등과 관련된 회계실무 및 법적 소송이 크게 늘 것에 대비해 조직체계를 강화하고 국제조세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펌 가운데 조세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는 율촌은 소순무 조세그룹 대표를 중심으로 국제조세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율촌은 각 관련분야의 내부전문가들을 선발, T/F 팀을 구성해 고객의 자문요청에 입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행시 28회 출신으로 국세청과 재정부 세제실에서 잔뼈가 굵은 이경근 국제조세팀장(세무사, 경제학 박사)을 중심으로 주요 국제조세 쟁점이 부각될 때마다 신속히 조사연구하고 수시로 뉴스레터를 보내거나 세미나를 개최하여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율촌은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조세 사건들이 세법 뿐만 아니라 외국환거래법, 관세법, 기타 금융관련 법규는 물론 회사법, 형사법 등과 복합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납세자 또는 피의자들을 위해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율촌은 현재 중국, 베트남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운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의 로펌 또는 세무전문 법인들과 다양한 형태의 유대를 맺고 기업과 개인납세자들의 국제조세문제들을 도와주고 있다.
향후에는 국제조세 및 관련 법률의 전문가의 양성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고객들의 현지사정에 좀더 밀착하여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조세소송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조춘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를 비롯해 국제조세에 정통한 조세전문가로 구성된 조세팀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기존 고객은 물론 잠재 고객에 대한 사건 수임을 증진해 나갈 예정이다.
세종은 국제조세 분야가 국제거래, 이전가격, 국제조세전략 등 각 분야별로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분야별 조세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하여 조세팀의 국제조세 분야에 대한 조직과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회계법인 가운데 KPMG삼정회계법인이 앞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관련해 국제조세 부문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정은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조세피난처 문제 및 국세청의 조사에 주목해 세무총괄본부장인 이문세 부대표 지휘하에 역외탈세 관련 검토 및 심층조사 경험이 있는 국세청 출신 전문가, 역외탈세 문제를 포함한 국제조세 관련 조사 경험을 갖춘 회계사 및 변호사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역외투자 세무대응 TFT’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TFT는 조세피난처에 지주회사 등 법인을 소유하는 경우에도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 위법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험이 많은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통해 부당한 과세를 방지하고 납세자가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세무자문 및 조사대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해외투자를 고려하고 있거나 진행중인 법인들에게도 역외탈세 등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자문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삼정은 이와 함께 국제조세담당 본부 내에 이전가격 서비스 팀을 두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GCMS 및 TESCM이라는 전문부서를 두고 있다.
GCMS팀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및 지사를 위한 전세계 통합 세무 효율화 및 관리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자문용역 제공을 제공하고 있으며, TESCM팀은 관세 및 법인세, 거래세 및 이전가격의 최적화를 위한 물류 및 원가구조개선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