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조세피난처(Tax Heaven)'가 사회적 주목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4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Lone Star)의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 매각과 관련한 과세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였다.
여기에 경제 글로벌화에 발맞춰 국내 기업 및 투자가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자 과세당국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한 세(稅) 부담없는 투자이익 편취 등 편법행위에 대한 대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사실 수 년 전까지 국세청이 지구상 각지에 존재하고 있는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탈세목적의 페이퍼 컴퍼니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국가간 조세조약 등과 같은 외교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00년대 말,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세계 각국이 재원확보책으로 거부(巨富)들이 조세피난처에 쌓아둔 '검은 돈'에 눈길을 돌리면서, 국제적으로 조세피난처 국가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우리나라 과세당국의 역외탈세 추적 움직임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8년 이후 국세청은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선언하고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은닉하거나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세탁해 쌓아둔 이들에 대한 기획세무조사를 시작,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국세청은 '해외은닉자산추적T/F'를 구성, 역외탈세 혐의자 450명을 추적해 이들의 혐의점을 밝혀내고 177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세무조사권을 활용한 역외탈세 추적에 더해 그해 4월 JITSIC(Joint International Tax Shelter Information Center,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 회원국에 가입하는 등 국제공조 체계에 깊숙이 개입, 역외탈세 추적루트를 강화했다.
아울러 자체적인 국제거래세원통합분석시스템(ICAS)을 개발해 과세자료 분석에 활용하고, 국제금융자문역 영입,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현 역외탈세담당관실) 등 전담 조직과 인력을 충원하는 등 고도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후 국세청은 주기적으로 역외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기획세무조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이 와중에 '선박왕'으로 알려진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홍콩 등 조세피난처에 세운 회사를 통해 4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적발, 과세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이후에는 역외탈세 추적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편성된 별도의 예산(78억원)을 바탕으로 십 수명의 정예요원들을 해외 주요 지역에 파견, 역외탈세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 세무조사 등에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관세청도 부유층들이 조세피난처 국가를 통한 자금운용 루트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적인 외환거래와 관련한 조사권을 가진 관세청은 지난 2011년 7600억원 상당의 불법외환거래를 한 무역업체를 적발하는 한편, 이 업체가 2조원 규모의 매출을 누락시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붙잡아 국세청에 통보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관세청은 대규모 조사인력을 투입,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한 불법외환거래 혐의자에 대한 기획조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최근에도 관세청은 240여명의 조사인력을 동원, 대대적인 기획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