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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매체인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회사를 잇따라 발표함에 따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재계 뿐만 아니라 문화계, 교육계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아들까지 포함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조세일보 부설 조세정책연구소는 조세피난처 문제를 집중 해부하고 관련 제도와 정책적 대응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
중국 초(楚)나라에 방패와 창을 파는 상인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오순지견(吾盾之堅)은 막능함야(莫能陷也)라며 “내 방패의 단단함은 능히 뚫을 수 없다”고 방패를 소개했다.
이어 창을 꺼내든 상인은 오모지리(吾矛之利)는 어물 무불함야(於物, 無不陷也)라며 “내 창의 예리함은 어떤 물건이든 뚫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창을 설명했다.
이에 듣고 있던 한 사람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상인은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모순(矛盾)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오게 된 배경으로 중국 고서 한비자(韓非子)에 소개되기도 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한푼이라도 더 세금을 받으려는 세무당국과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겠다는 납세자와의 끊임없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창과 방패의 끊임없는 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말까지 납부해야 하는 종합소득세만해도 사업소득 사업장별 수입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면서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연말정산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에 대해 또 한차례 일정액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개인 납세자로선 한푼이라도 아끼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고 할 수 있다. 하물며 거액의 법인세를 내야하는 기업들은 기업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조세피난처를 찾기도 한다.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조세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에서조차 세금을 한푼이라도 덜 내기 위한 기업들의 기상천외한 절세기법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애플은 해외에서 유령 지사망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수십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줄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폭로했다.
애플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아일랜드에 지사를 만드는 방법으로 미국 국세청으로부터 740억달러(한화 82조4730억) 상당의 수익에 대한 과세를 피했다. 문제의 아일랜드 지사는 종업원이나 사무실이 없는 가상의 지사였다.
미국에서 조세피난처 논란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나이키 등 미국의 주요 대기업 18개사가 미국의 무거운 세금을 피하려고 수백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국외 조세회피처에 숨겨놨다는 미국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조세정의를 위한 시민들(CTJ)의 보고서도 나왔다.
18개 기업에는 GE, 델, 오라클, 퀄컴, 화이자, 머크, 암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굴지의 회사들이 포함됐다. 이들의 조세피난처 수익 은닉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미국 법인세율 35%를 내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뉴스타파
■ 기업·개인, ‘세금 한푼이라도 더 줄이자’ 과욕이 결국 화 불러
뉴스타파가 폭로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 의혹 인사 18명 가운데 기업인이나 그 가족은 16명으로 나타났다.
재벌 오너와 임원을 시작으로 제기된 조세피난처 탈세 의혹은 문화계, 교육계 인사로 광범위하게 이어졌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씨도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며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모양새다.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에서 탈세 의혹이 농후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앞으로도 뉴스타파는 역외탈세 의혹 인사들을 계속해서 폭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역외탈세 의혹에 정치인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느냐에 최대 관심을 쏟고 있다.
역외탈세는 일반적으로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국내 거주자인데도 명목이나 형식은 비거주자나 외국단체인 것처럼 위장하는데에서 기인한다. 그 소득을 국내 과세당국에 제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줄이자는 과욕이 결국 화를 부른 셈이다.
세무당국은 국민들이 조세피난처 탈세의혹 인사들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정서를 감안한 듯 전재국씨를 포함해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명단에 대해서는 역외탈세 추적 작업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열린 제6차 재정관리협의회에서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그간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아온 계층이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도록 해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은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아 왔고 누구라도 알만한 유명인사가 앞장서 세금을 빼돌렸다는 역외탈세와 직접 연계되기 때문에 더욱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