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감사원發 일감몰아주기 과세논란, 4가지 '쟁점(爭點)'

과세당국과 재계를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몰아넣은 감사원의 결정(2004년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이후 일감몰아주기 과세 통보)을 둘러싸고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각자 다른 갈래의 해석을 내놓으며 논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사실상 이 문제의 '키(Key)'는 감사원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국세청이 전적으로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국세청이 감사원의 통보에 따라 과세권을 행사하느냐, 행사하지 않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세청은 감사원의 통보를 토대로 과세권 행사 가능성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원이 정리한 과세논리를 그대로 수용, 단박에 과세권을 행사하기에는 법적 측면에서 따져볼 문제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세청은 2011년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기 이전, 상속증여세법상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과세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증여시기 확정, 증여재산가액 산정 등)의 부재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지난 4월16일, 감사원의 과세통보 직후 열린 국회 업무보고에서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은 지난 2011년 마련됐고 올해 처음 신고납부가 실시되기 때문에 내년부터 (2014년)제대로 하겠다"며 난색을 표한 것도 이에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네 가지 '쟁점(爭點)'… 두 갈래 '시선(視線)'

조세전문가들은 감사원의 통보에 근거, 국세청이 과세권 행사에 나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쟁점)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

조세전문가들이 꼽고 있는 쟁점은 ▲과세요건 명확주의 위배 ▲소급과세 금지 규정 위배 ▲이중과세 문제 ▲미실현이익 과세 문제 등 네 가지로 요약되며, 곧 논란의 핵심이다.

이중 감사원과 국세청의 시각이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부분은 과세요건 명확주의 및 소급과세 위배 여부다. 2004년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이하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됐기 때문에 국세청이 구체적 과세요건을 정비, 과세를 단행했어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과세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세법 집행기관에 불과한 국세청이 자의적으로 집행기준을 만들어 과세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상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되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울러 2011년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가 도입되면서 구체적인 과세요건이 확립됐고 소급과세 문제를 감안, 2012년 이전분에 대해서는 해당 제도를 적용하지 않도록 정리된 상황에서 2004년 이후 2011년 이전분에 과세권을 행사하는 것이 소급과세 문제를 촉발하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도 고민의 대상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2011년 개정세법이 아닌, 2004년 당시 세법을 적용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소급과세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2004년 완전포괄주의 도입 이후 10년 가까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감사원의 통보는 2004년 이후분에 대한 과세시효(증여세 과세시효 15년)가 완성되기 전,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과세 문제와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문제도 핵심 쟁점. 다만 이 부분은 감사원과 국세청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라고 보기는 다소 힘들다. 즉 국세청이 과세권 행사를 결정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 도입 논의 당시에도 이중과세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됐었다. 지배주주 등이 일감을 몰아받아 얻은 소득에 소득세 또는 법인세가 과세된 경우, 같은 소득에 증여세를 또 부과할 수 있느냐가 이중과세 문제의 핵심이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문제도 마찬가지. 다만 2004년 완전포괄주의 도입 이후 주식가치 상승분을 증여이익의 일부로 간주, 증여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감사원의 논리는 명백한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지적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상당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