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의원, 금융실명법 대표발의 추진
모든 금융거래자로 실명거래 의무 확대
차명자에 증여의제 적용 등 과세요건 강화
CJ그룹과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차명계좌가 역외탈세와 비자금의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법이 추진된다.
지난 1993년 시행된 이후 비자금과 조세회피의 필수 코스로 악용돼 온 차명거래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어온 금융실명제법에 대한 대수술이 의원입법으로 추진되는 것.
10일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차명거래 금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금융실명법(일명 차명거래 금지법)을 발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민 의원에 따르면 현행 금융실면제법이 실명인지 아닌지만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에 의한 차명'은 규제하지 않고 있다.
또 금융실명거래의 의무주체는 금융기관만 해당하기 때문에 개인들은 실명거래 의무자 존재하지 않아 차명을 써도 무방하도록 돼 있다.
더구나 금융기관이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규정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사실상 규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민 의원은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차명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해 결과적으로 차명계좌 촉진법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고 꼬집었다.
CJ 이재현 회장 비자금 사건,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과 아들 전재죽 씨의 비자금 의혹 등 최근 일련의 대형 비자금, 탈세 사건의 원천으로 차명계좌가 지목받고 있는 것이 법의 헛점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
민 의원은 "CJ 이재현 회장이 숨겨놓은 차명계좌가 수백개이며,심지어 금융기관의 임원이 차명계좌를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며 "다른 기업인들, 고소득 자영업자들 역시도 수개에서 수백개의 차명계좌를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 등이 발의할 예정인 차명거래 금지법은 부동산실명제법의 원리들을 대부분 차용하고 있어 법리적 논란이 될 소지를 줄였다.
현행 금융기관에만 부여하고 있는 실명거래 의무를 모든 금융거래자에게 부과하고, 그동안 차명거래를 규제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된 입증 문제도 차명인에게 '증여의제'(贈與擬制)를 적용토록 했다.
'증여의제'는 법률상 본래 의미의 증여재산은 아니지만 경제적 실질이 증여재산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면 증여세 부담의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증여로 의제해 과세대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실질권리자는 차명인 등에게 자산 및 이익반환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했으며, 실질권리자와 차명인 모두에 대해 금융자산 전체 가액의 30%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명의 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연차별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민 의원은 "차명거래 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290조원에 달하는 지하경제 중 적지 않은 금액이 공식경제로 부상하며 많게는 수십조원의 금액이 추가 세원으로 확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