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년 세무사 업계를 이끌어 갈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하는 세무사회 선거가 18일 첫 테이프를 끊었다. 6개 지방세무사회를 순회하며 진행되는 이번 선거전의 첫 투표지는 서울.
전체 유권자 수의 절반 가까이를 품고 있는 최대 격전지이자 당락을 좌우할 분수령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서울의 중요성을 의식한 듯 이날 투표가 진행된 서울 삼성동 코엑스는 표심을 잡기 위한 회장, 감사, 윤리위원장 후보자들의 치열한 득표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장마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투표율은 70%를 겨우 넘긴 수준(70.35%). 날씨 영향도 영향이지만 보수교육에 앞서 소견발표와 투표가 동시 진행되는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결과적으로 '흥행'에는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소견발표 이후 진행된 서울지방세무사회 정기총회와 보수교육은 대다수 세무사회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총회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도 "빈 의자에 인사를 한 적이 없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각 후보자들의 소견발표에도 자리가 텅텅 비는, 초라함이 연출되기는 마찬가지.
이날 오후 1시부터 개시된 소견발표는 감사 후보자, 윤리위원장 후보자, 회장 후보자 순으로 진행됐다. 감사 후보자(이동일, 백정현, 박옥만, 이영근-기호순)와 윤리위원장 후보자(임정완, 최원두)는 소견문 발표를 통해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최대 하이라이트는 회장 후보자 소견문 발표.
사전추첨을 통해 순번을 정한 소견문 발표에서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기호 1번 이창규 후보는 단상에 서자마자 회원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어 이 후보는 "회원님들께 사과를 드린다"고 운을 뗀 뒤, "후보자로서 마땅히 소견문과 홍보물 보냈어야 됐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며 선관위를 향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또 "벼는 익을수록 고개 숙이듯 정구정 후보는 낮은 자세로 임했어야했다. 그런데 아직도 세무사회원들의 50년 숙원사업을 자기가 성취한 양, 행세하고 있다"며 3선 도전에 나선 정구정 현 회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후보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 분열된 세무사회 하나로 단합시키는 후보 이창규를 선택해 달라”며 회원들의 지지를 간절히 부탁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유재선 후보는 단상에 올라 "2년만의 축제장이 또 열렸다. 하지만 날씨 탓인지 회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집행부 탓인지 분위기가 너무 썰렁한 것 같다"며 날을 세우는 언급을 했다.
이어 "연일 계속되는 부끄러운 신문기사가 우리(세무사)를 슬프게 한다. 수임고객과 국세청, 기재부 공무원들이 '요즘 세무사회에 무슨 일 있냐'고 물어 본다"며 "일 잘하는 후보 정의로운 후보 둘 다 좋지만 분열 위기에 처한 세무사회를 결속시킬 유일한 희망은 바로 유재선"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소견발표에 나선 정구정 후보는 "회장 소임을 맡은 지난 2년을 회원들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그 결과로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을 폐지시키고 기업진단 업무를 획득하는 등 세무사회의 50년 숙원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정 후보는 자신의 주요공약을 회원들에게 설명한 뒤 "저에게 1만 회원은 든든한 백이다. 압도적으로 지지해 주면 세무사회를 꼭 반석에 올리겠다"며 회원들의 한 표를 부탁했다.
소견발표 와중에 진행된 투표는 4시 정각 마무리됐다. 투표함을 봉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후보측 관계자들은 28일(금) 정기총회 당시까지 세무사회관 모처에 보관될 투표함의 보안 위협 가능성을 감안, 투표함 봉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투표장 안팎에서는 각 후보측 관계자들이 세무사회원들과 접촉, 부지런히 투표 향방을 가늠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일각에서는 당초 수세로 평가받았던 이창규 후보가 막판 '단일화' 바람을 타며 약진,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열기 가득했던 선거전의 1막은 마무리됐다. 선거전은 이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남하, 19일(수) 대한민국 제2수도 부산에서 2차전을 벌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