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이 걸린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질병을 숨기고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법원이 판결이 나왔다.
보험설계사인 A씨는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을 앓고 있는 남편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계약 체결 시 보험사의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 서식에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투약, 입원, 수술, 정밀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고객면담보고서의 질문사항 중 과거 질병과 관련된 질문에도 과거질병이 없다고 답하는 등 피보험자가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사실을 숨겼다.
남편 B씨는 보험가입 직후에 림프종 재발 진단을 받았고 보험가입 후 109일이 지난 시점에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A씨는 보험금을 청구하여 1억원 가량의 보험금을 받았다.
이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보험회사는 B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A씨의 보험계약 체결행위가 보험금 편취를 위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유죄를 인정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사기죄에서 정하고 있는 기망행위는 고의를 전제로 하고 여기에는 미필적고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도 있어야 하는데 그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판단해야 한다며 과거 판례를 인용했다.
또한 일반인이라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에 비추어 볼 때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한 사고가 발생해야만 지급되므로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기행위가 성립하려면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한 상태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등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칠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으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