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살한 보험가입자는 보험의 구성요건인 ‘우연성’이 결여되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렇다면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나 자살했다면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할까 아니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할까?
A씨는 경주에 있는 어느 모텔에서 연인관계였던 B씨와 함께 투숙하여 술을 마시던 중 B씨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창밖으로 뛰어내려 뇌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수익자인 A씨의 부모는 A씨가 극도의 흥분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뛰어 내렸다며 보험사에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보험사가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A씨가 애인의 헤어지자는 요구에 흥분하여 자살한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극도의 흥분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는 대인관계가 원만한 회사원이었고 B씨의 자해를 막고 피를 닦아준 점, 가족들의 결혼 반대로 B씨가 낙태하고 이별을 요구한 것이 자살동기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점을 비추어볼 때 ‘자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150㎝ 정도의 높이인 창문에 올라서려면 옆 놓인 침대를 딛고 올라서는 등의 의지가 필요한 점 등도 이를 뒷받침 한다고 밝혔다.
또한 약관상 2년이 지나 자살한 경우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 않으므로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 해석해야 한다며 보험사에 재해사망보험금 1억 2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험사는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항소심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재해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말하고, 우발적 사고는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를 말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재해는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자살과 같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 사고가 일어난 경우에는 우연성이 결여되어 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고 당시 피보험자에게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던 상태라면 우연성이 충족된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보험 가입 후 2년이 경과한 후에는 고의로 자살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이 사례는 재해를 직접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