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차량이 무단으로 유턴하기 위해 가로질러 들어오는 차량과 충돌했다고 하더라도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오후 3시경 전주시 덕진구에서 차량을 운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측 갓길에 정차하고 있던 화물차가 갑자기 유턴을 시도하려고 가로질러 들어오는 바람에 화물차의 좌측 앞문 부분을 충돌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 B씨는 두개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가 가입한 보험사는 차량 충돌상태를 볼 때 상대방차량이 급격하게 차선을 변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씨측 보험사는 B씨의 화물차량이 정차하였다가 방향지시등 조차 켜지 아니한 채 돌발적으로 유턴하기 위하여 1차로로 진입하여 발생한 만큼 A씨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주지방법원은 일반적으로 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도 정상적으로 그 차선을 유지하면서 진행하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전제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1차선을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에게 갓길에 정차해 있던 상대방 자동차가 갑자기 유턴을 하기 위하여 1차선으로 가로질러 진입하리라는 것까지 예상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대방 자동차가 비정상적으로 진행하여 오는 것을 미리 목격한 경우라면 그 차가 그대로 비정상적으로 운행을 계속함으로써 진로를 방해할 것에 대비해 경음기나 전조등을 이용하여 경고 신호를 보내거나 감속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방어운전 조치를 취하고 이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제반조치를 게을리 했을 경우에는 사고의 발생에 대해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한 낮에 시야 확보가 용이한 지점에서 사고가 난 점, B씨의 차량이 갓길에서 출발하여 1차로로 진입하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점을 참고했다. 또 차량 파손상태를 볼 때 A씨는 B씨 차량의 진행을 보았거나 볼 수 있었다고 추단된다는 점 등도 감안했다. 이에 따라 A씨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또한 사고 지점에 스키드 마크가 남아 있지 않고 경음기나 전조등을 이용하여 경고신호를 보내는 등 충돌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방어운전 조치를 취하였다는 자료가 없다는 점도 과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음을 전제로 한 A씨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