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하다가 아내가 숨지면 아내가 든 보험금을 탈 수 있을까?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를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약관에서 정한 면책조항에 따라 보험금을 탈수 없다. 그러나 부부싸움으로 사망할 때는 고의로 살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힘든 애매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마산에 사는 A씨는 그의 배우자가 모임에 갔다가 늦게 귀가하였다는 이유로 부부싸움을 하던 중 아내가 숨지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아내의 휴대폰을 빼앗아 확인하려다가 달려드는 부인의 상체를 양손으로 밀었다. 그의 부인은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탁자에 머리를 부딪쳐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하였다.
A씨는 창원지방법원에서 폭행치사죄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A씨는 수익자이자 상속인으로 되어 있어서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수익자인 A씨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쳤으므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자녀들 몫의 사망보험금만을 지급했다.
이에 A씨는 폭행의 고의만 있었을 뿐 사망의 고의는 없었으므로 A씨 몫의 사망보험금도 지급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보험사는 A씨가 부부싸움을 할 당시 상해의 의도가 있었고 좁은 아파트 거실에서 부인을 밀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속결격자에 해당하여 법정상속인에서 제외되어야 하므로 보험금지급 책임이 없다고 반박하였다.
창원지방법원은 부부가 18년간 부부생활을 하면서 두 자녀를 두는 등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여 왔고 사고 후 처가에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그리고 A씨도 부인 사망 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점 등을 감안했다. A씨가 폭행에 대해서만 인식·용인하였을 뿐 사망에 이르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회적 통념상 폭행의 결과로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사망 등과 같은 중대한 결과가 생긴 경우에까지 보험수익자가 스스로 초래한 보험사고로 취급되어 면책약관이 적용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판단했다.
보험수익자가 적극적으로 피보험자를 사망에 이르게 의도한 것이 아닌 이상 면책조항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인위적인 사고를 조장할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보험의 사회보장적 기능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관련 4개 보험회사가 자녀에게 이미 지급한 보험금 이외에 A씨에게 2억 1100만원의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