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의 간경화를 앓던 사람이 벌에 쏘여 사망했다면 결정적인 사망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결정짓는 단서가 된다.
농부 A씨는 예초기를 이용하여 논둑의 풀을 깎던 중 땅벌 집을 건드려 봉변을 당했다. 그는 논둑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피하려고 했으나 머리 등을 벌에 쏘여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근처에서 농약을 치고있던 이웃주민이 발견하고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결국 사망하였다.
치료를 담당했던 의원은 시체검안서에서 사망의 직접원인을 벌에 쏘인데 따른 쇼크사로 기재했다. 이와함께 중간 선행사인은 중증의 간경화증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이 의원이 작성한 진료확인서의 주요 소견란에는 검시 결과 간이 비대했으며 안면 색깔 및 측근의 진술에 의하여 간경화증으로 진단되어 사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사료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피보험자 A씨는 사망 전에 당뇨 및 알콜성 간염 등으로 병원에 2차례 입원하였으며 알콜성 간경변으로도 2차례 입원하여 치료받은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에 해당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중증의 간경화 증세로 체질적인 요인이 있는 상태에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이어서 재해사망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가 알콜성 간경변으로 진단되어 치료를 받고 있었고 당시 시체검안의사도 피보험자는 간이 비대해 간경화증이 사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한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A씨의 부인은 시체검안서에 피보험자가 벌에 쏘여 쇼크로 사망하였다고 기재된 점을 강조했다. 간경화라는 체질적 요인이 있었다는 이유로 재해사망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해당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재해사망의 정의가 이 사건에 해당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관련 약관은 ‘재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말한다’고 되어 있었다. 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하여 발병하였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을 때에는 그 경미한 외부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않는다’고 부연하고 있다.
분류표에는 유독성 동물 및 식물과의 접촉이 포함되어 있으며 유독성 동물 및 식물과의 접촉에는 말벌 등 벌과의 접촉이 포함되어 있다.
조정위는 시체검안서에 피보험자의 직접사인은 벌에 쏘인데 따른 쇼크사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을 들어 재해사망으로 판단했다.
해당 약관에서 벌과의 접촉을 재해에 포함하고 있으며, 의학자료에 의하면 벌에 과민반응을 가진 사람이 벌에 쏘일 경우 쇼크,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 따라서 벌에 쏘인 것이 경미한 외부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체질적인 요인 등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해와 사망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의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선례도 참작한 조정결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