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를 시속 10km 정도의 느린 속도로 운행하더라도 여성을 치었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임신부의 경우 경상을 입고도 그로 인해 유산을 했다며 배상책임을 물을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서울시 중구 명동성당 부근 일방통행로를 시속 10km로 진행하다가 우측 인도를 침범했다. 이로 인해 인도에 서있던 B씨의 왼쪽 다리를 앞 범퍼로 충격하여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혔다.
B씨는 이 사고 이후 복부에 통증이 있었으며 태아를 유산했다며 4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B씨는 사고 직후 근처 병원 응급실에서 소변 임신반응 검사를 하여 약한 양성반응을 보였다가 1주일 후 같은 병원 산부인과에서 다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음성으로 판명되었으므로 유산되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보험사는 사고가 시속 10km의 저속상태에서 일어나 경미한 타박상에 그쳤으며 임신여부도 불명확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방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법원의 관련 기록 및 변론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인정하였다.
첫째, 사고는 운전자가 피해자의 왼쪽 다리를 경미하게 충격하여 2주간의 안정가료와 관찰을 요하는 정도의 경미한 좌상과 타박상만을 입혔다.
둘째, 왼쪽다리 통증 이외에 사건 직후 복부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
셋째, B씨는 사고 당시 42세로서 임신을 고대하여 왔으나 임신반응 검사 결과 약한 양성반응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임신하였는지 그리고 임신했다면 당시 사고로 태아에게 이상이 없는지 의사에게 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넷째, 의학적으로 소변 임신반응 검사 결과 약한 양성반응을 보인 것만으로는 임신 여부를 확진할 수 없고 B씨가 사고 당시 임신여부 확진을 위한 혈액검사 권유에 응하지 않았다.
다섯째, 이 사고로 유산되었다면 B씨는 곧바로 가해운전자나 보험회사에게 그 사실을 알리거나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B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어서야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위와 같은 사항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사고당시 B씨가 임신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유산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