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대령으로 제대한 엄 모씨는 청각장애를 앓게 되어 보험사에 약관에서 정한 재해장해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육군중앙경리단이 엄 대령을 재해사망 및 장해를 보장하는 단체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이었다.
청력손상이 군 복부 시 단속적이고 집중적인 폭발성 소음에 노출되어 발생하였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보험금지급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보험회사는 이에 대해 엄씨의 청력손상은 폭발음과 건설현장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였다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면서 서서히 장해가 나타난 것이므로 약관에서 정한 재해장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사건을 접수한 대전지방법원은 심리에 들어가 관련 약관 및 엄 대령의 군 복무 시절 보직과 수행 업무 등을 살펴봤다.
약관에는 ‘재해상해란 급격하고도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상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하여 발병하거나 그 증상이 악화되었을 경우에는 우발적인 사고로 보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엄씨는 1976년 6월 장교로 임관한 후 주로 공병분야에서 근무하여 왔고 1999년 2월부터 2002년 9월까지는 검열장교로 근무하면서 대전차 지뢰 등 실물지뢰 위력 시범현장에서 폭파훈련을 평가하면서 폭음에 종종 노출되었다.
그리고 초급장교시절이었던 1978년 1월부터 7월까지 개척소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전남 나주군에 있는 호수의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암반을 폭파시켰는데 그 후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은 사실도 확인하였다.
법원은 엄씨가 주로 공병분야에서 근무하면서 폭파음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던 점, 소음성 난청은 장기간 꾸준히 일정 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노출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노인성 난청이 진행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소음성난청은 4kHz부위의 청력이 낮아지는 것이 특징인데 엄씨는 주로 4kHz에서 청력이 소실되었고 전역한 이후 급격히 청력이 저하된 것도 노인성 난청으로 판단하는데 작용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엄씨의 난청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엄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난청이 급격하게 발생하였다기 보다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소음환경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함에 따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나타났거나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된 것이어서 우연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은 재해장해로 판정을 받으려면 사고와 그로 인한 결과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사고가 피보험자의 의사에 기인한 것이 아닌 우연한 것이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