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록증의 명의가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전된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이 보험을 인수했던 보험사는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통상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동차를 양도하는 경우 보험계약관련 권리, 의무가 승계되지 않는다. 그러나 보험회사에 통지하여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보험계약이 적용된다. 만약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A씨는 면허정지 기간 중 광주공단근처에서 무면허로 운전하다 B씨의 차량과 충돌했다. B씨에게 뇌출혈 등의 상해를 입혔다.
B씨측 보험사인 한화손해보험은 무보험차 상해 담보특약에 의해 1억여원을 지급하고 이 사건사고로 인한 모든 손해에 대하여 합의했다.
B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한화손해보험은 A씨측 보험사인 동부화재를 대상으로 지급한 합의금 1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차량의 등록명의가 일시적으로 바뀐 상태여서 복잡해졌다.
가해 차량은 원래 A씨의 동서 명의로 되어 있었는데 사고 2개월 전 채무문제로 A씨의 처 명의로 변경했다.
명의변경을 위해 차량등록소를 방문하자 담당직원이 A씨 처 명의의 책임보험가입증명서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고 동부화재 측에 전화하여 사정상 15일 정도만 명의를 이전했다가 다시 A씨의 동서 앞으로 이전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채 A씨 처 명의로 보름 기간의 대인배상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했다.
A씨의 처는 자동차사고가 난 3일 후에 차량등록 명의를 원래의 A씨 동서 명의로 돌려놓았다.
동부화재는 사고 당시 사고차량이 A씨의 처에게 양도되었고 보험회사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계약상의 권리의무는 A씨의 처에게 승계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는 사고차량이 A씨 동서의 채무 때문에 일시적으로 A씨 처 앞으로 명의 이전해 놓았고 사고차량에 대한 사실상 운행지배권은 A씨 동서가 가지고 있으므로 차량을 양도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한 이전 등록할 당시 동부화재에 전화하여 양도사실을 통지하였고 이후 동부화재는 약관이 정한 10일 이내에 승낙여부를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보험계약상 권리의무가 이전되었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방법원은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동차를 양도한 경우 보험계약상의 권리와 의무가 양수인에게 승계되지 않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예측위험률의 변화 등 보험계약의 기초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피보험자의 교체에 대하여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는 보험회사에게 보험계약관계의 유지나 변경 등의 결정에 관한 기회를 부여할 필요성이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보험계약이 9개월이나 남아 있음에도 이를 해지하지 않은 점, A씨 처의 책임보험 가입기간이 극히 짧은 점, A씨가 동서의 승낙 아래 운행하였던 점, 매매대금을 주고받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보험계약의 기초에 중대한 변경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동부화재가 사고차량의 보험자로서 B씨가 이번 사건,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 한화손보는 B씨가 가지는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