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가 해당 교통사고로 인해 질병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교통사고 후 입원, 치료하였더라도 가해차량이 서행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충격이 미미하였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고 후 입원, 치료는 기존 사고로 인해 이미 앓고 있던 질병이 악화된 것에 불과하여 ‘상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세 차례 교통사고를 당하여 요추부 염좌 등으로 합계 약 6천 7백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받았다.
그는 2005년 4월과 10월에 또다시 사고를 당하자 요추부 염좌 악화를 이유로 보험사인 한화손해보험과 동부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각각 8천만원씩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원고가 호소하고 있는 증상과 교통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폈다.
2005년 4월의 사고는 B씨가 일방통행도로를 역주행하다가 조수석 부분으로 A씨 프라이드차의 앞 범퍼를 들이받는 사고였다. 이 사고로 한화손보는 수리비로 20만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C씨의 차량이 횡단보도를 지나쳐 멈춘 뒤 후진하다 뒷범퍼로 A씨 차량의 앞 범퍼를 충격하는 사고를 당했다. 동부화재는 이 사고에 대해 약 25만원을 수리비로 지급했다.
A씨는 그 후 이들 사고로 인한 통증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며 보험사들에 각각 8천만원의 손해배상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이들 사고가 경미해 A씨가 상해를 입지 않았고 A씨의 통증은 이미 앓고 있는 병(기왕증)으로 인한 것이므로 배상할 수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우선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피해자의 질환과 교통사고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목등뼈와 허리등뼈에 동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운동감각신경의 결손이나 근위축 등의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같은 정황을 감안할 때 A씨가 건강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과장된 신체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두 사고 모두 지급된 수리비가 20만원 정도여서 충격이 미미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법원은 A씨가 두 사건 직후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A씨가 두 사건 때문에 상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 항소, 항고 했으나 두 법원 모두 A씨의 항소, 항고를 기각하고 관련비용도 A씨가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